[설 이후 증시 전망] 상승 피로감 누적에 오름세 둔화
2019-01-30 18:39
주식시장이 1월 들어 반짝 랠리를 펼쳤지만 설 이후를 밝게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뒷걸음치는 경기지표와 기업 실적이 투자심리를 지속적으로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 주가지수가 일찌감치 조정을 받으면서 바닥을 다졌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본지는 30일 신지윤(KTB투자증권)·구용욱(미래에셋대우)·박기현(유안타증권)·이창목(NH투자증권)·조용준(하나금융투자)·박영훈(한화투자증권)·양기인(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7인에게 설 이후 주식시장 전망을 물었다.
주가지수 저점을 확인했다는 데에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그렇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걱정거리를 늘릴 거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도체가 이끌어온 우리 수출 지표도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서만 2041.04에서 2206.20으로 8.09%(165.16포인트) 뛰었다. 지수가 한때 1980선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되오르는 속도가 빨랐다. 차익실현 욕구가 그만큼 커졌을 수 있다.
이번 설문을 보면 코스피 예상치를 자신 있게 내놓는 증권사도 많지 않았다. 2월 주가지수 예상치를 내놓은 리서치센터장은 3명뿐으로, 이 가운데 2명은 2200선 안팎을 고점으로 보았다. 주가지수가 횡보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주가지수 하방경직성은 높아 보인다. 구용욱 센터장은 "미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졌고, 중국도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주가지수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창목 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주가지수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며 "안도 랠리를 펼치기는 했지만 기업 이익 감소와 경기 둔화로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중이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영훈 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불발돼 다시 보복관세를 주고받을 수 있고, 브렉시트 같은 악재도 당장 2월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자체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신지윤 센터장은 "수출 증가율이 둔화돼왔고, 올해 상장사 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용욱 센터장은 "반도체 산업이 꺾이면 상장사 이익 전망치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기 부양책 기대심리는 유효
주요국이 어두워지는 경기 전망을 의식하면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경기 하강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 진작에 나섰다. 농촌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바꾸면 보조금을 주는 식이다. 중국 당국은 이뿐 아니라 지급준비율을 꾸준히 떨어뜨리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풀고 있다.
조용준 센터장은 "중국은 오는 3월 양회를 열 때까지 정책 이벤트를 이어갈 것"이라며 "부양책 효과로 주가지수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식시장이 일찌감치 매를 맞은 점도 긍정적이다.
신지윤 센터장은 "주가지수 수준이 신흥국 가운데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새해 들어서만 코스피 주식을 3조8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최근 5거래일 사이에 사들인 주식만 2조2000억원에 달한다.
그래도 수익률보다는 안전에 무게를 두어야 할 때다. 양기인 센터장은 "전통자산뿐 아니라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투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용욱 센터장도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 개선 여지가 큰 종목군으로 투자를 좁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