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가라' 김현철 발언, 여론 부메랑으로... 청와대 '당혹'

2019-01-29 09:13
김 보좌관 발언에 여론 들끓어… 문재인 대통령 '경제활력' 행보에 찬물 끼얹을까 우려

김현철 신 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헬조선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는 취지의 김현철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지며 쉽게 가라앉지 않자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말부터 경제활력 행보를 부쩍 늘리며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 청년 창업과 신성장산업 지원에 주력해오고 있는데, 김 보좌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는 국민 여론에 불을 당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보좌관의 발언은 한국경제의 허리이면서도 은퇴를 곧 앞둔 베이비붐 세대인 5060세대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인문대(국문학과) 학생을 콕 집어 언급해 폄훼 논란이 더 커졌다.

김 보좌관은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5060세대를 두고 "한국에서 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고 했고, 인문대 학생들에게는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조선'"이라면서 "국문과(전공 학생들) 취직 안 되지 않느냐"며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도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보좌관의 이러한 취지 발언이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보좌관은 지난 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신경제지도 두 축 가운데 하나인 신남방정책을 총괄해왔다.

김 보좌관은 ‘포스트차이나’로 떠오른 인도와 아세안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자주 만나 소통해왔고, 각종 경제관련 단체와 학술기관 강연회에서 신남방정책을 홍보하는 데도 주력해왔다.

그러나 김 보좌관은 그동안 각종 강연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신남방정책 관련 발언을 하면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컸다.

김 보좌관은 지난 해 11월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경제 성장률이 3.1%나 되는데도 위기론이 반복된다”며 “기승전 기업 살리기를 요구하는 위기론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김 보좌관의 인식에 대해 “위기라고 말하는 게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정책 흔들기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인 김 보좌관은 문재인정부 임기 초에 청와대에 입성,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실세 중 한 사람이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경제분야를 담당,  'J노믹스'를 설계·입안했다.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닛산자동차,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에 경영 자문을 하기도 해 기업을 잘 아는 '정책통'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청와대에 김 보좌관의 경질을 강하게 요구하며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전날 김 보좌관의 해명글과 사과문만을 공개했을 뿐 추가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여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