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우리나라 신용등급 AA-(안정적) 유지

2019-01-24 12:22

지난해 11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연례협의단이 우리나라 정부와의 면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24일 밝혔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경제성장이 다소 둔화될 뿐더러 한반도 지정학적 변수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데서 여전히 신용등급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피치는 △대외건전성 △여타국 대비 견조한 거시경제 성과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 △저생산성 등 장기 도전 요인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2017년 3.1%에서 지난해 2.7%(한국은행 속보치)로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다수의 AA 등급 국가 대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득주도 수요 증대와 정부투자 확대 등 정책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민간투자 및 수출의 둔화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2.5%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피치는 내다봤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2회 인상이 실업률을 소폭 끌어올리고 저숙련 일자리를 만드는 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피치의 시각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조선업 등 구조조정도 일정 부분 신용등급 유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무역 갈등 역시 하방 위험요소로 꼽혔다. 피치는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이나, 세계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간접적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나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을 통해 한·미간 무역 갈등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중 둔화 조짐을 보이며 최근 수개월간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상황을 볼 때 예상보다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또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은 국가신용등급 상향의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피치는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긴장은 완화됐지만  위험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현재까지 비핵화 진전이 유엔 대북 제대를 헤재하기에는 불충분할 뿐더러 외교적인 변수로 중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달 진행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진전 상황이 있을 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또 대북관계가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피치가 눈여겨보는 요인이다.

이같은 우려와 달리 대외건전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견고한 대외순자산 상태 등 높은 대외건전성에 힘입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도 유사 신용등급 국가보다 높은 회복 탄력성을 시현하고 있다는 게 피치의 평가다.

재정건정성에서는 정부 부채가 GDP 대비 38.6% 수준으로 AA등급에 부합하지만, 재정 확대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GDP 대비 43.7%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상향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더구나 공기업에 대한 명시적 보증채무가 2010년 GDP의 2.8%에서 지난해 1.1%로 낮은 수준이지만, 묵시적 우발채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가계 부채의 경우, 지난해 7월 기준으로 GDP 대비 96.0%까지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중기적으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최근 증가속도가 둔화됐으며 높은 가계 자산이 금융안정성 위험을 완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화정책의 경우,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물가압력 완화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밖에 정부의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정경유착이 다소 해소된 것으로 피치를 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AA 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경제 발전 수준은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피치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요인으로는 △지정학적 위험의 구조적 완화 △정·경분리 등 거버넌스 개선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통해 가계부채 악화 없이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 등을 꼽았다. 하향요인으로는 △한반도 긴장의 상당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이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