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4배' 교정시설ㆍ軍부지 11곳…공공주택ㆍ혁신산단 만든다

2019-01-24 05:00
2028년까지 국유재산 토지개발에 16조8000억 투자
올 상반기에만 176조 조기집행…혈세낭비 논란 여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활력을 위해 상반기에만 176조원이 조기에 집행된다. 소비심리를 키우고 투자를 유도해 얼어붙고 있는 한국경제에 재정 역할이 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여기에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누수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한다는 게 홍남기호 경제팀의 확고한 의지다. 조기집행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재정지출의 효율성까지 모두 챙기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속도전에 치우친 예산지출이 효과를 낼지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 투입을 통해 성취하려던 일자리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지출혁신을 한다지만, 무분별한 예타 기간 단축으로 혈세낭비 논란까지 벌써부터 부추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기예산 집행·투자 유도 등 경제활력 '올인'

홍남기호 2기 경제팀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터는 성과를 내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홍 부총리식 정책 철학이다. 예산 투입 역시 속도전에 올라탔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주요관리대상 사업 예산 289조원 중 61% 수준인 176조원이 상반기 중 조기집행된다. 규모로 보면 사상 최대수준이어서 올 들어 재정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발표된 설 민생안정 대책에서 제시된 예비비와 특별교부세도 조기집행 일환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역할과 함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경제활력 처방전도 23일 나왔다. 홍 부총리는 23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이르는 전국 11곳 선도사업지를 선정했다"며 "개발 부지를 공공주택 2만2000호, 창업·벤처기업 보육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개발되는 국유지는 공공시설 이전 등으로 확보되는 유휴 부지로 693만㎡에 달한다.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스마트시티·도시재생사업과 연계된다. 

국유지 11곳은 △의정부 교정시설 △남양주 군부지 △원주권 군부지 △원주 교정시설 △대전 교정시설 △천안 축산과학원 △전주지법·지검 △광주 교정시설 △대구 교정시설 △부산 원예시험장 △창원 교정시설 등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2028년까지 국유재산 토지개발에 16조8000억원 투자가 이뤄지게 되면 37조원 상당의 생산 유발효과를 거둘뿐더러 20만5000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에는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5조7000억원을 조기에 집행할뿐더러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 차원에서 10조원도 수혈된다. 환경·안전투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5조원 금융지원도 추가된다.

◆지출 구조조정하지만 혈세낭비 논란 여전

조기집행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만큼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산안부터 지출 구조조정이 도입된다. 이를 위해 '지출혁신 2.0'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예산집행을 위한 16가지 세부 추진 과제도 선정됐다.

우선, 재정투자 효과를 제약하는 규제 해소 방안을 먼저 마련한 뒤 예산을 반영하는 방식인 '규제-예산 패키지 검토체계'가 도입된다. 수소차 충전소 규제를 우선 풀고 이에 대한 예산을 마련하는 식의 과정으로, 집행 예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재정투자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평균 15개월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최대한 줄인다. 지역균형발전 등 요소를 평가방법에 포함시킨 만큼 어느 때보다도 지역경제가 강조된 셈이다.

그러나 정부 재정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에도, 실제 예산 지출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우선 내놓은 추진과제 속에서 '규제-예산 패키지 검토체계'는 이번에 처음 검토하는 상황이어서 부처별로 해당 사업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우선 부처별로 사업안을 받고 있는 차원이어서 3월께 돼야 구체적인 사업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현재 평균 15개월)을 최대한 단축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지만, 지역사업 예타 기준 완화가 향후 사업운영 과정에서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비 투입이 예고되는 예타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 기대감은 높은데, 향후 운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도 무시할 수 없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예산 조기집행으로 당장 시장심리를 키우고 1분기 성장률 상승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전 정부에서도 해온 것인 만큼 경제 기초 체질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국토의 전반적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포함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 투자하고 지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