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세용 SH 사장 "청신호 특화주택 본격 공급… 시민주주기업으로 혁신"

2019-01-23 13:13
창사 30주년… 주거복지·도시재생 전문 공공디벨로퍼로 거듭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H공사 제공]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주거문제의 완전 해결은 아니지만 이를 완화하는데 힘쓸 것입니다. 이번 청신호주택으로 임대주택은 못 사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란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한편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층에게 저렴하고 살기 편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김세용 사장은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취임 1년 동안 주력했던 청신호주택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내달 1일 창사 30주년을 맞아 향후 도시재생 및 도시공간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기관으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2019년에 SH공사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서울시 민선 7기 24만호 공적임대주택 공급과 작년 12월 발표한 추가 8만호 공공주택 공급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먼저 2022년까지 24만호 공적임대주택 공급은 건설형, 매입형, 임차형,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등 가능한 모든 유형의 방식을 동원하게 된다. 매달 공정회의를 하며 점검해 나가고 있다.

8만호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서 강남북 균형발전, 단절된 지역의 연결, 저이용시설 복합화 등으로 서울의 도시기능은 높이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게 될 것이다. 단순히 집만을 짓는 게 아니라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난 해결, 생활SOC 공급으로 공간복지 실현, 일자리 창출, 도시공간 디자인 다양화 등과도 연계시키겠다.

올해는 창사 30주년(2월1일)을 맞이한다. 지속가능한 공사의 비전과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해 미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2월말 비전선포식도 연다. 청신호, 빈집뱅크 시스템 등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공적임대주택의 품질 개선 노력도 가시화해 나가겠다.

특히 '시민주주기업으로의 혁신'을 근간으로, 새로운 비전을 수립 중이다. 일반공모로 시민,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 300명 내외로 꾸려진 시민주주단은 총회에 참석해 사업보고도 받고 주요 의사결정도 하게 된다. 관련한 공시체계도 갖추겠다. SH공사를 시민에게 돌려드리는 첫 걸음으로 보면 된다."

▲지난 1년간 힘쓴 청신호주택 실천 전략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젊은층은 '3포 세대'니 '5포 세대'로 불리며 지옥고에 살고 있다. 경제적인 자립기반이 아직 약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론칭에 들어가는 청신호주택을 본격적으로 공급해 나간다.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적합토록 특화설계로 건축하는 특성상 30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공사는 특화평면으로 건설하도록 사전에 협의를 해서 지어진 건설형 매입임대주택을 2500호 사들여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100명 정도의 전문건축가 풀(Pool)을 구성해 이들이 설계를 진행토록 '청신호 건축가제도'를 도입한다.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사회진출 초기에 안정적으로 거주해 기반을 갖추도록 할 것이다. 간략히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만들고자 한다. 청신호주택이 확산되면 사는 어려움 탓에 서울의 외곽 위성도시로 빠져나가지 않게 된다.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면서 서울에 다시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서울의 경쟁력은 높이면서 사회기반이 더 튼튼해지기 바란다."

▲강남북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면, 그 방안은.

"과거 정부는 강남개발 활성화를 위해서 서울 4대문 안 도심의 고도를 제한했다. 이와 함께 강남지역에 유명 중고등학교를 이주토록 유도했다. 이젠 강북이 낙후됐으니 역으로 일부 명문 사립고를 강북에 다시 옮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사석에서는 말한다. 이는 명문고를 옮기지는 않더라도 강북을 개발하는 정책이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얼굴이고,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 유수 메가시티들과 도시경쟁력을 다투고 있다. 서울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이제는 강북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도시재생을 스마트하게 벌이고, 고밀도 개발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강북의 재개발, 즉 강남북 균형발전은 서울시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문제다. 강북이 경쟁력 있게 변화돼야 여러 인프라가 모인 강남의 집값 현안도 해결이 가능하다.

거듭 말하지만 서울시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강북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사 차원에서는 '창동상계 신경제 중심지 조성'을 비롯해 중계본동 일명 '백사마을 재개발', 홍릉지구 내 바이오 헬스케어 플랫폼 프로젝트 등을 벌이고 있다."

▲미래 30년을 준비하기 위해 달라져야 할 점은.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앞으로 30년 뒤에도 SH공사가 존재할지 물어본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 말이지만 젊은 직원들은 이런 얘기를 별로 안좋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이고, 우리가 대비해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가 혁신을 당한다. 공사가 일본 JKK(일본동경도 주택공급공사)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JKK는 설립 당시 1가구 1주택을 목표로 동경도에서 주택건설과 공급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노령화가 심해지고, 사회가 늙어가다 보니 현재는 임대주택 관리서비스 중심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공사의 지난해 임대사업 적자가 약 4000억원 정도다. 매년 늘어나고 있다. 우리공사는 택지를 조성해서 그 매각대금으로 임대주택 관리사업을 해오는 사업구조다. 그런데 고덕강일지구를 끝으로 서울에는 대규모 나대지가 없다. 지금의 사업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몇년 뒤에는 위기가 찾아온다.

이런 위기의식을 갖고 지난해 1년 동안 공사 신비전 및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기존 대규모 택지개발을 기반으로 한 주택건설, 임대주택 공급·관리 전문기관에서 주거복지·도시재생 전문공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다. 공공디벨로퍼로 거듭나고자 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 탄생 배경과 주요 역할은.

1988년 12월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설치 조례가 제정된다. 이를 근거로 자본금 3000억원, 직원 389명으로 중구 정동 경기여고 자리에서 출범했다. 1989년 2월 1일의 기록이다.

당시 경제성장은 10%대에 달하고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는데다, '88올림픽'까지 개최되면서 서울의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서울의 주택수는 200만호 수준인데 '천만 서울'의 집값이 급등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민들이 나타나면서 사회문제가 된다. 특정기관에서는 가난한 서민을 위한 집을 지어야 했고, 이 임대주택을 짓고자 SH공사가 설립됐다.

SH공사는 불과 30년만에 서울시 주거지 면적의 3.2% 수준에 이르는 19.2㎢ 택지를 개발했다. 또 18만5000호의 주택 건설, 19만5000호 공공임대주택을 관리 중이다. 현재는 단순한 임대주택 공급을 넘어서 차별화된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H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