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황금돼지해 우리 돼지 '한돈'이 뛴다
2019-01-23 05:00
주요 외식메뉴 돼지고기, 수입산 공세에 국산 울상
도매가 4년새 최저…한돈농가 한마리 팔면 9만원 손해
비축사업으로 공급물량 조절ㆍ품질향상 등 자구책 모색
한돈협회, 설맞이 소비촉진 이벤트ㆍ나눔 캠페인도 열어
도매가 4년새 최저…한돈농가 한마리 팔면 9만원 손해
비축사업으로 공급물량 조절ㆍ품질향상 등 자구책 모색
한돈협회, 설맞이 소비촉진 이벤트ㆍ나눔 캠페인도 열어
한국인 외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돼지고기다. 식습관 변화와 외식산업 다변화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삼겹살과 김치찌개로 대변되는 돼지고기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 외식 대표주자인 돼지고기가 수입산 물량공세에 밀리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할 정도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수입산 공격이 거세지면서 우리 돼지인 한돈을 키우는 농가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과감한 수급조절 대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농가들은 자체적으로 한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 한국인 돼지고기 사랑에도 한돈농가는 울상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돼지고기 값이 최근 4년 사이 최저 가격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한돈 삼겹살 가격 역시 같은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0g당 한돈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같은 기간 1832원에서 1914원으로 상승하다가 지난해 1784원으로 내린 뒤 올해는 더 떨어진 1710원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달 ㎏당 도매가격이 전달보다 17% 하락했고, 평년과 비교하면 18% 넘게 떨어졌다”며 “겨울철에는 학교 방학 때문에 급식이 중단돼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는 비수기임에도 올해 가격 하락폭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큰 폭”이라고 설명했다.
한돈 가격이 하락하면서 농가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돈자조금은 한돈농가가 돼지 한 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9만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1월 현재 출하체중 115㎏ 두당 가격은 27만9243원인데, 대한한돈협회가 추정한 한돈농가의 두당 생산비(출하체중 115㎏)는 36만7080원이다. 한돈농가가 돼지 한 두를 출하하면 8만7837원을 손해본다는 의미다.
2년 전인 2017년 기준으로 통계청이 추산한 돼지 두당 생산비(출하체중 115㎏)인 34만3569원으로 계산해도 두당 6만4326만원이 손해다.
돼지고기 가격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돼지고기 수입량과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에 따른 외식 소비 둔화가 꼽힌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 국내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돼지고기 국내 생산량은 92만t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한 반면, 수입량은 46만3500t으로 전년보다 26% 급증했다.
수입량이 크게 늘자 지난해 돼지고기 공급량도 두 자릿수 증가폭(10.4%)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3년(85만2600t)과 비교하면 국내 생산량은 7.9% 증가했지만, 수입량은 150.5% 증가했다.
또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식비 지출 소비자심리지수는 90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수입 돼지고기가 늘고, 경기침체 등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외식 대표메뉴인 돼지고기 소비시장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원산지 둔갑판매도 큰 골칫덩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해 10월 원산지 표시위반을 단속한 결과, 표시위반 중 돼지고기가 위반건수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해 가격을 낮춰 팔기 때문에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가격을 교란시키는 행위다. 도매시장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했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소매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어 돼지고기 소비량이 정체돼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돼지 한돈 품질 향상 박차
수입산 물량공세에 한돈산업이 위기에 처함에 따라 한돈자조금과 한돈협회는 한돈농가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한돈협회는 2월까지 2개월간 한돈자조금 30억원을 투입해 뒷다리살 1549t을 구매, 비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돈조합 등 1차 육가공업계가 2개월간 비축 후 2차 육가공업계가 구매하는 수매비축사업을 실시해 공급량 저감으로 가격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소비 촉진을 위한 행사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 설 명절을 맞아 한돈농가와 기업체 등이 연계해 ‘한돈 설 선물세트 보내기’ 캠페인을 펼치고, 한돈자조금 공식 온라인 쇼핑몰 ‘한돈몰’을 통해 선물세트 대량 구매 시 10+1 할인, 100만원 이상 구매 시 15% 추가 할인 등 합리적 가격으로 한돈을 구매할 수 있는 ‘2019 한돈 설 선물세트 캠페인’도 진행한다.
또 한돈농가는 2017년 12월 이후 1+등급과 1등급의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 매뉴얼을 배포해 품질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하 체중 관리 △출하전 절식 준수로 지육률 증가 △출하 일령 준수(180일 이상)로 육조직감 및 지방탄력 향상 △비육후기 사료 출하전 30일 급여 → 과다지방 방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농장에서 별도 관리 없이 출하 체중을 104~126㎏으로 관리하면 1등급 이상 출현율이 80% 이상으로 올라간다.
두당 115㎏ 동일 돼지를 기준으로 할 때 1+등급과 2등급의 가격 차이는 최대 5만6584원이 난다. 모돈 200두 규모의 농장에서 연간 4000두를 출하하면 약 5200만~7300만원의 수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또 출하 전 절식을 준수함으로써 사료비 절감을 유도한다. 미절식으로 인해 연간 1만8000t(72억원)에 해당하는 사료가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출하일령을 160일 이내로 당기면 살붙임이 좋지 않고, 흐물흐물한 돼지가 많이 출하되기 때문에 출하일령을 180일 이상으로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출하일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속성 비육 돼지는 육조직감(탄력도, 광택)이 좋지 않고, 지방이 무른 연지방으로 등급 판정 시 하락률이 높게 발생한다.
비육후기 사료 급여는 고에너지 사료를 장기간 급여 시 과다지방 축적으로 등급이 낮아질 수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비육후기 처리 돼지의 1+등급 출현율은 4.1% 더 높다.
아울러 한돈자조금은 돼지고기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도 황금돼지해를 맞아 대한민국을 응원하고자 군부대 및 소외계층을 위한 한돈 나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태식 한돈자조금 위원장은 “한돈농가는 현재 도산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사상 최대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며 “돈가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안정적 수급조절 방안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산업 관계자들의 협조, 소비자들의 한돈 구매를 적극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