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KCGI 한진에 "비항공 부문 팔아라"

2019-01-21 10:49

강성부 KCGI 대표. [사진=KCGI 제공]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이 한진그룹에 주력인 항공업과 무관한 사업을 팔라고 요구했다.

21일 한진칼·한진 2대주주로 올라선 KCGI는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이라는 공개서한을 두 회사 대주주 측에 보냈다.

서한은 해외 항공사보다 높은 부채비율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매출 가운데 약 78%를 담당하는 대한항공 기업가치를 개선하라는 요구도 담았다.

KCGI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2018년 말 600%대로 추산됐다. 아시아권 주요 항공사인 케세이퍼시픽항공(207%)이나 전일본공수항공(156.1%), 싱가포르에어라인(88%), 일본항공(69.5%)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종류를 8개에서 4~5가지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부품재고 감소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2018년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총 169대다. 2010년(129대)에 비해 40대 증가했다. 이에 비해 매출은 같은 기간 거의 늘지 않았다.

서한에는 과거 일본항공 사례도 담겼다. 일본항공은 2010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듬해 3월 졸업했다. 당시 일본항공은 대형기 95대를 팔았다. 항공기 종류도 7종에서 5종으로 축소했다. 그 결과 항공기 관련자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KCGI는 유휴부지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도 제안했다.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 율도 부지를 판다면 1조원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2018년 추정 부채비율도 600%대에서 500%대로 낮아진다.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은 투자 당위성을 다시 검토하라고 했다. 만성적자를 기록해온 칼호텔네트워크를 비롯한 레저 부문이 구체적인 대상으로 꼽혔다.

KCGI 측은 "저비용항공사 시장을 겨냥해 항공우주사업부 기업공개(IPO)도 검토해야 한다"며 "과도한 외화차입금은 점진적으로 줄여 외화환산손익을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KCGI 측은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각각 10.81%와 8.03%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