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아주人 만나다]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 "중국 수출입 통로 웨이하이 진출"

2019-01-14 06:00
올해 코리아센터 물류 인프라 지도 완성 목표 제시
천재와는 다른 평범한 사람의 지치지 않는 열 걸음...'우공이산' 리더십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는 "코리아센터의 세계 물류 지도가 완성되면 국내 쇼핑몰과 해외 직구·역직구 사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코리아센터]


"중국 수출입 통로인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에 대형 물류센터를 세워 한국과 중국의 가교역할을 하겠습니다."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의 수장 김기록 대표가 올해 상반기 내에 중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완성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13일 서울 금천구 코리아센터 본사에서 마주한 김기록 대표는 아주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에서 전자상거래 규모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2만평(6만6115㎡) 규모의 물류센터 부지 계약을 완료했고, 기존 상하이 물류센터(약 420평) 규모와 비슷한 500평 규모로 올해 상반기 문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웨이하이는 중국의 수출입 통로이자 물류의 중심"이라며 "수입된 물건은 2~3일 안에 중국 전역에 유통될뿐더러 내륙 운송비도 상하이에 비해 훨씬 싸다는 장점이 있어 거점으로 웨이하이 지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기업의 고민 가운데 하나인 정치적 위험에 대해선 "최근 중국 정부가 다이공(代工)으로 불리는 보따리상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우리처럼 합법적인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 요인"이라며 "중국 정부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업 유치에 나서고 있어 합작사 설립에는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센터는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중국 정부·기업과 손잡고 전자상거래 합작사를 설립한다. 합작 파트너사는 10년 넘게 코리아센터와 거래를 해오던 중국의 C사로, 지분율과 계약 방법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사진=코리아센터]


김 대표가 올해 첫 사업으로 밝힌 웨이하이 물류센터가 상반기에 완성되면 미국(뉴저지·가디나·델라웨어)과 일본(도쿄), 중국(상하이·웨이하이), 독일(프랑크푸르트), 한국(서울) 등 코리아센터 직영 물류센터는 8개로 확장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유럽(영국)과 동남아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 시장까지 늘려 구매자와 판매자의 제품을 세계 어디든 유통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코리아센터의 물류 인프라 지도가 완성되면 코리아센터의 핵심 사업 목표인 오픈 풀필먼트 플랫폼(Open Fulfillment Platform)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고객의 구매 패턴과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현지 센터에 제품을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현지 물류센터에서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시간과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리아센터가 추구하고 있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아마존의 풀필먼트 개념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아마존의 풀필먼트가 아마존의 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오픈 풀필먼트 플랫폼은 코리아센터 입점 사업자와 국내외 오픈마켓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했다. 

오픈 풀필먼트 플랫폼은 전자상거래 통합 솔루션 '메이크샵'과 해외직구 서비스 '몰테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닷컴', 오디오 콘텐츠 포털 '팟빵', 캠핑카·수입 카라반 공식딜러 ‘카라반테일’, 해외직판 오픈마켓 ‘OKDGG’ 등 코리아센터가 운영하는 서비스들과 맞물려 강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품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만 있다면 코리아센터의 수직계열화된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주요 지역으로 전자상거래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코리아센터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름처럼 최대한 많은 국가에 진출해 신개념 크로스보더(Cross-Border·국경 간 상거래) 이커머스 기업으로서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사진=코리아센터]


카카오와의 인수·합병(M&A)과 코스닥 상장 계획에 대해선 "변함 없이 추진한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 기업공개(IPO) 이후, 카카오와의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기록 대표 약력 △1968년 대구 출생 △1995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95∼1999년 삼성카드 기업금융팀 △1999년 향수전문 인터넷쇼핑몰 코리아센터닷컴 운영 △2000년 코리아센터닷컴 운영 전자상거래통합솔루션 메이크샵 론칭 △2009년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 론칭 △2013년 해외직판 오픈마켓 OKDGG 오픈 △2014년 카라반 배송대행 사이트 카라반테일 오픈 △2018년 써머스플랫폼(빅데이터 기반 전자상거래 기업) 인수


◆대담한 후기
기해년 황금돼지 해가 시작된지 어느새 보름이 다 되간다. 새해엔 누구나 각오를 새롭게 하고서 그 소망을 위해 기도한다. ‘한번 해볼까’ 아니면 ‘그냥 하지 말까’ 고민 사이에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끝까지 하지 못할 것을 괜히 벌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는 나중에 후회를 한다. 하지 말았을 걸 하는 후회도,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둘 다 후회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간은 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후회하고,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후회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행한 일에 대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일어나는 후회는 단기적으로 고통을 주지만, 그 후에 그걸 만회하려는 행동이 뒤따르게 된다. 시도하지 않은 것에는 늘 미련을 갖게 마련이다. 미완성에 대한 기억, 바로 ‘자이가르니크 효과’이다. 완성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계속 기억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니크의 연구결과다.

이런 측면에서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본인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투잡이 금지된 삼성카드에 다니면서 1999년 그는 간크게도 향수 쇼핑몰을 오픈했다. 인터넷 무역 전문회사를 꿈꿨으나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향수 판매로 출발했다. 다소 우악스러운 외모에 걸맞지 않은 섬세한 감성으로 향수 쇼핑몰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는 코리아센터의 소중한 모태가 된다. 이 회사는 이듬해 업종을 완전히 바꿔 창업자들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해주는 메이크샵을 서비스하는 코리아센터로 변신한다. 이어 2009년부터 내놓은 해외배송대행서비스 몰테일이 회사 캐시카우로 성장하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메이크샵이 전자상거래 통합솔루션으로 발전해 왔다면 몰테일은 국내서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해외상품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창구로 발전해 왔다.

"보통 사업을 시작할 때 먼저 사업기획을 하죠. 무슨일을 하고 타깃은 누구로 할지, 예산은 얼마나 들지. 우린 그런 기획 없어요. 일단 일을 벌이고 닥치는 문제를 커버하죠.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가 그렇게 큰 회사는 아닙니다. 이미 시장이 있다면 그 시장엔 대기업이 다 들어가 있을 겁니다. 작은 업체가 시장을 공략하려면 아무도 가지 않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시장조사가 아니라 속도입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무식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코리아센터의 기업문화와 성장 스토리를 담은 책 '히든 챔피언'에서 김 대표가 일본 진출을 앞두고 언급한 비하인드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엄청난 성과를 가져오면 초심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는 긴 슬럼프가 없었다. 아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발상 전략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 대표는 그저 "버티고, 깨지고, 생존할 뿐"이라며 4조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무대에서 새로운 사업모델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주변의 만류에도 어렵사리 코스닥 상장 추진을 결정한 것도 글로벌 역직구 사업 확대를 위해선 내부 자본으론 한계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SK에서 분사한 e커머스 업체 11번가가 지분 5%를 취득했다. 연초 3000억원대로 평가받던 코리아센터의 기업가치는 1년 만에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한 단계에서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간과정이 있다. 아무리 탁월한 개인이나 집단도 이를 건너 뛸 수는 없다. 짧은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적게 경험하고 건널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의 치밀함과 깐깐함이 동반된 무모한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일 터. 천재의 빠른 행보와는 다른 평범한 사람의 지치지 않는 열 걸음. 그가 보여주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리더십이다.

대담=김진오 성장기업부장
정리=김선국 기자 uses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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