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수천년 이어온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문화"
2019-01-07 11:09
권대영 식품연구원 박사 인터뷰
지난 4일 ‘고추 전래의 진실’, ‘고추 이야기’ 등의 책을 펴낸 권대영 식품연구원 박사(책임연구원)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만나 김치 등 우리 식문화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권 박사는 “임진왜란 때 고추가 들어왔다는 설이 있지만 이는 틀렸다”며 “이후에 이 고추로 김치를 만들게 됐다는 설명도 틀린 얘기로 김치는 이미 2000년 전부터 우리 민족에 있어 왔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한학자들을 중심으로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는 설을 퍼뜨렸다"며 "이는 잘못된 설로 우리나라 식품의 역사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효의 역사가 발견의 역사지 개발의 역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발효 식품인 김치가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천년 동안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발견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치가 중국에서 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음식의 뿌리가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 “김치, 수 천년 전부터 있어 와”
권 박사는 “우리는 중국과 다른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갖고 있다”며 “한자 중심으로 중국 사대주의로 우리 문화를 이해하면 안 된다. 문화의 뿌리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권 박사는 "우리의 문명을 황하문명에서 온 것으로 해석하면 안된다"며 "북방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치 역시 황하문명 보다는 북방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우리나라 고추와 유사한 고추 품종이 헝가리나 몽골에서 있었다는 설명이다. 북방민족이 주로 유목민이었으나 우리 민족의 경우에는 정착 민족으로 채소 문화가 있어 김치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고 권 박사는 밝혔다.
권 박사는 "우리 민족이 요하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중국에서 주로 끌어 오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역사가 왜곡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한자를 만들어 쓰기 시작해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만 요하 문명은 글이 없다"며 "우리 뿌리를 찾기 위한 기록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한자를 대비해서 주로 생각을 하려는 경향 때문에 나온 오류로 고추가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왔다는 설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치의 한자를 찾으려 했지만 중국에 없었기 때문에 이를 찾을 수 없었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후 나온 훈몽자회에서는 순우리말로 김치를 딤채라고 했다는 것이 권 박사의 설명이다.
동이족들에서 발효 문화가 발달했고 고추와 관련해 헝가리 등에서나 음식에 통째로 넣어 먹지 멕시코나 인도의 고추는 매워 향신료로만 쓰고 통째로 먹지 못한다고 권 박사는 설명했다.
권 박사는 "김치의 역사는 고추를 떠나서, 발효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치에 들어가는 소금은 다른 균은 자라지 못하게 하는 가운데 고추가 들어가면서 다른 균은 죽이고 고추에 저항하는 성분이 있는 유산균이 살아남는다는 설명이다. 유산균은 리신이라는 팹타이드를 내고 다른 균을 죽이면서 오래 저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주나 청국장도 마찬가지로 팹타이드가 나와 다른 균을 죽인다.
김치가 발효가 많이 되면 산도가 높아지고 막이 생기는 가운데 균이 자라면서 쉬게 된다. 권 박사는 2000년 정도가 지나야 발효 식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쉬었는데 먹어도 이상이 없다는 식으로 검증이 되면서 발전이 되는 것이지, 발명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명과 개발의 역사가 아니라 발견의 역사라는 설명이다.
김치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으면 식문화가 축소돼 버린다는 것이 그의 주장으로 우리나라 고추는 덜 맵고 달달하고 비타민 C가 많은 것이 특징이고 만주나 우즈베키스탄에나 유사한 품종이 있다고 한다.
권 박사는 “베트남이나 멕시코의 고추는 매워 김치를 담그기 어렵다”며 “고추의 경우 새에 의해 옮겨졌다는 해석으로 원산지를 논하기는 어렵고 천천히 확산되는 것이 특징이고, 반면 콩의 경우에는 소화가 이뤄지면 남지 않기에 동물에 의한 배설물로 확산되기 어렵기에 원산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수백년 동안 진화를 통해 고추를 넣게 되고 먹어도 안 죽는구나, 괜찮네, 배가 안 아프네 해서 먹게 된 것"이라며 "물 속에 넣어 놓으니 더 먹을 수 있는 등의 김장 문화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음식에는 기름이 많이 쓰여 튀김 요리가 많고 음식을 고온으로 태우거나 굽거나 튀기는데 발암 우려가 있는 등 장수 음식이 아니다"라며 "한식이 제일 건강한 음식으로 우리는 기름이 없었고 고기도 많지 않고 데치고 지지고 끓이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맛이 없게 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념 문화인 장 문화가 발달해 맛을 내서 먹어 건강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청국장에 대해서도 고구려, 신라시대에도 있었던 우리의 고유 통발효식품으로 청나라에서 배워 온 것이라는 설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는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국장의 역사가 중국보다 더 오래 됐으며 거꾸로 우리 민족에서 유래해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고문헌 등을 살펴 청나라에서 청국장이 들어왔다는 설의 오류를 증명한다.
◆ “식품은 산업화 대상 아니라 문화 형성 중요”
그는 식품의 산업화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식품의 문화적인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비빔밥을 세계에 알려서 먹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 제조 기술을 수출하려 하는 방식은 잘못됐다”며 “산업화의 개념이 아니고 식문화를 외국인이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박사는 “식품산업에서는 문화가 중요하다. 기원을 제대로 알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제품을 만들고 개발하는 것만 배웠지만 효율 경쟁으로 하면 쉽지 않다. 잘 되려면 삶의 문화와 같이 가야 한다. 개미 같이 일해서 되는 나라가 아니다.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공학과 교수가 미국 식품에서 배운 것은 건조, 열처리 등 제조 개발 기술로 이같은 기술이 발달했지만 미국이 제일 비만도가 높고 심각하다”며 “우리나라도 식품의 산업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속 가능하도록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 박사는 “특허가 중요하지 않다. 제대로 알고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밥은 생활이고 문화인데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산업화는 경쟁인데 식품은 소비자가 취향과 맛을 선택하는 것이다. 경쟁이 아니다. 기술이전을 해서 우수한 기술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호에 얼마나 맞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 혁명에서 문제는 소프트파워”라며 “식품은 얼마나 골고루 섭취하냐가 중요한데 영양만 따지게 되면 또 질려서 안 먹는 어려움이 있다. 제품개발은 경쟁이어서 상생이 있을 수 없지만 문화는 상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