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가상화폐 성질, 3가지 법률적 판단

2019-01-20 07:00
소비자 보호에 중점 둔 정책 필요

법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가상화폐가 바로 전형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상화폐는 ‘화폐’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법정 통화가 아님은 물론이고 현재 그 법적인 성질이 정확히 무엇에 해당하는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제도가 이러한 변화에 준비되어있는지 여부와 관련 없이 현실 세계에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분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상화폐의 법적 성질에 대한 유의미한 결정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 중 3가지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가상화폐는 몰수의 대상(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몰수란 범죄행위에 사용되었거나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형사상 절차를 의미한다. 이 사건의 경우 온라인 음란물 유통 및 온라인 도박장 운영 과정에서 취득한 비트코인이 몰수의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으로서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 판결이 나왔을 당시 제도권에서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가 인정된 최초의 사례라고 상당히 주목 받았었다. 그러나 형법상 몰수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원래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이 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시행령 역시 몰수의 대상이 되는 “은닉재산”을 정의함에 있어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몰수의 대상이 되는 객체는 실무상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몰수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어서 가상화폐의 성질에 관한 선도적 사례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 가상화폐는 전자화폐가 아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85293 판결)

이 사건은 해킹으로 가상화폐를 도난당한 피해자가 가상화폐를 전자금융법상 전자화폐로 보아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전자금융업자로서의 책임을 추궁하고자 한 사례이다. 현행 전자금융법은 전자화폐를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되어 발행된 증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자화폐를 처리하는 전자금융업자는 전자금융거래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소비자가 해킹으로 피해를 볼 경우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 사건에서 가상화폐는 전자화폐라고 할 수 없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전자금융업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사건 판결문에서 위와 같은 결론의 근거로 “가상화폐는 일반적으로 재화 등을 사는 데 이용될 수 없고, 가치의 변동 폭도 커 현금 또는 예금으로 교환이 보장될 수 없으며 주로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라는 점을 들고 있는 점이다. 즉 이 사건은 사법부가 가상화폐의 거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앞선 대법원 사건과 함께 고려해보면 가상화폐는 어느 정도의 재산적 가치는 있으나 통상적인 의미의 “통화”가 가지는 안정성 및 환금성은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아직 1심 판결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급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주목된다.

3.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조정 행위에 대한 규제방안

마지막 사건의 경우 아직 판결이 나온 사건은 아니고 지난 26일에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기소하여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254조 규모의 허수 주문을 하여 4조 상당의 가장매매(자전거래)를 통하여 시세를 조정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허수 주문 여부 등 일부 사실 관계에 대하여 인정하면서도 해당 행위가 위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가장매매를 통한 시세 조정 행위는 자본시장법에서 전형적으로 규제하는 행위이다. 문제는 가상화폐의 성질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상화폐를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증권” 또는 “파생상품”으로 볼 수 있는 지 여부이다. 이러한 법리적인 문제 때문에 검찰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닌 사기죄 및 전산시스템 조작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다.

그런데 만약 가상화폐가 검찰의 판단과 같이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에 해당한다면 이러한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 즉 소비자를 기망하여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지 여부 역시 불분명하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규제책 필요

이상과 같은 사례들을 종합하여 보면 현재 가상화폐가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행법상 전자화폐도 증권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민형사상의 일반적인 법리를 벗어난 법적 규제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법적 규제의 공백으로 인하여 그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가상화폐를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하여 거래할 수밖에 없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상화폐의 성질이 모호한 이상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초에 처음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가상화폐 산업 관련자들은 정부가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만 함으로서 산업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소비자 피해를 방치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는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진=전정환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