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 대표가 전하는 마음 토닥이기

2019-01-02 15:21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추운 겨울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느덧 2019년 새해도 밝아왔는데요. 지난 한해 참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셨나요?

이번 인터뷰는 <마음아, 넌 누구니>의 저자이자 마음치유전문가 더공감마음학교의 박상미 대표의 인터뷰인데요. 박상미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마음 따뜻한 한해를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사진= 박상미 대표 제공 ]


Q. 박상미 대표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또는 시기는 언제였나요?

A.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거 같아요. 아버지의 사업이 급격히 기울면서 부모님께서 돈 때문에 싸우는 일이 많아졌는데 부모님이 싸우는 날마다 밤새 두려움에 떨면서 잠을 자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던 게 “인생이 고통의 연속이라면 그냥 이렇게 어릴 때 빨리 그만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 마음의 병은 육체의 병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중학교 2학년 때 과도하게 심장이 뛰고 불안하고 잠을 못자고 근육량이 줄어들고 굉장히 자주 넘어졌어요. 그래서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큰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악성 그레이브스 병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청소년에게는 정말 드물게 오는 병인데 마음고생을 많이 한 성인여성에게 오는 병인데 학습능력이 급격히 저하가 되면서 학교를 다니기 힘들 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의사선생님의 말씀처럼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거 같고 매일 밤마다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서 제가 세상의 고통을 다 짊어졌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왔어요.

Q. 예전에 박상미 대표께서 자살까지 결심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다시 일어나게 해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그리고 이렇게 자살 충동이 항상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고민을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들 때는 하지 못했어요.

저도 깊은 우울이 계속 돼서 24살 때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어요. 평소에 모아놓은 수면제를 많이 먹게 됐는데 그 후에 이틀동안 잠을 잔거예요.

장이 타들어 갈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눈을 떴는데 이틀이 지나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공중에 붕 떠있는 거예요.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죽은 제가 누워 있었어요.

꿈이었는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 순간에 제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이 “제발 살려주세요, 저 살고 싶어요 죽기 싫어요” 이 말이 제일 먼저 나오면서 금방 깨어났어요.

그리고 나서 생각한 게 내가 눈을 뜬 게 이승이 아니라 저승이었으면 어떡할 뻔 했나. 내가 자살에 실패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Q. 현재 대표로 계신 더 공감 마음 학교는 어떠한 곳인가요?

A. 더 공감 마음 학교는 교도소나 소년원에서 ‘찾아가는 마음 치유 수업’을 많이 하는데 커리큘럼도 저희가 짜고, 운영도 무료로 하고 있어요. 시나 군 그리고 기업에서도 ‘마음 치유 학교’를 열고 있어요.

일반인 상담도 연락이 많이 오긴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위급하다는 판단이 드는 사람을 우선으로 상담을 하고 있어요.

Q. 교도소나 소년원에 계신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찾아가는 마음 치유 수업은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수업인데 공감할 만한 캐릭터나 인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해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요. 열심히 듣고 ‘그랬군요, 그랬구나, 나라도 그런 마음이 들었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하면 눈빛이 달라져요.

나도 그랬다는 한마디가 상대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거든요. 어떤 날은 제 고민을 말하고, 저를 위로 해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늘 죄인이라고 비난 받았던 사람들에게 제가 괴로웠던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해달라고 하면 자기도 누군가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놀라요.

이를 통해서 저도 위로를 받고, 그분들도 치유가 되는 거예요.
 

[사진= 박상미 대표 제공 ]


Q. 그렇다면 무료로 이런 일을 계속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제 인생에서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길었어요.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너무 괴로워서 매일 죽음을 생각하다가 자살 기도를 했는데, 운 좋게 깨어났어요. 그때 “나처럼 아픈 사람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신이 나를 이렇게 쓰기 위해 수련의 과정을 거치게 한 거 같았어요.

지나간 시간이 쓸모없었던 게 아니라, 모든 게 강의의 소재가 되고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쓸모없는 것 같았던 제 인생이 보배롭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에게 바라고 뭔가를 베풀면 실망하고 상처받는 일만 생기는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풀었을 때 오는 만족감과 기쁨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분들은 제가 원하지 않아도 많은 걸 주셨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제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교도소에 있는 400여 명의 재소자가 저를 위해 기도해줘요. 그리고 제가 무슨 행사를 하면 가장 먼저 미혼모협회 가족들이 와 줘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제 일이라면 나서서 도와주세요. 그래서 제가 훨씬 받는 게 많은 거 같아요.

Q. 박상미 대표는 학창시절 어떠한 학생이었고 어떠한 시절을 보냈나요?

A. 늘 정말 상처를 잘 받는 아이였고 그래서 대인관계가 두려웠고 혼자 있을 때 혼자 우는 아이였는데 그 울음도 엄마한테 혼날까봐 소리 내어 울지 못했어요.

그래서 늘 울음을 참았던 아이였어요. 그리고 저의 감정과 아픔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 저 스스로 저를 포기하고 싶었는데 어느날 눈물이 나면서 “네가 솔직하게 너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잖아”라는 소리가 제 안에서 들려왔어요.

저는 어떤 좋은 상담 선생님을 만나도 너무 아픈 제 이야기는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정말 아픈 사람은 자기의 아픔이 음성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어린시절의 아픔이 성인이 되어서도 큰 영향을 끼치나요?

A. 유년 시절 상처가 우리 인생에서 많은 영향을 끼쳐요. 잘 살다가도 어느 날 툭 튀어나와서 오늘 내 삶을 망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 시절에 부모가 싸우는 모습만 보고 자란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싸우는 모습만 보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랐다면, 쉽게 화해할 수 있는 별거 아닌 문제인데도, 화해하지 못하고 쉽게 이별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 나는 늘 나쁜 남자만 만나는 걸까, 나에게 무조건 잘해주는 남자를 못 만나는 걸까, 사랑은 변하고, 결국 싸우다 헤어지는 거구나,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릴 때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치게 되는 거예요.
 

[사진= 박상미 대표 제공 ]

Q.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인정해주지 않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밤 10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일상으로 인해 지칩니다. 그래서 자퇴를 하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은데 주변에서는 아직 ‘문제아’라는 시선이 있어요. 박상미 대표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학교 밖 청소년들은 두 종류가 있어요. 소년원ㆍ위기청소년 회복센터에 있는 '보호처분을 받고 갇혀 있는 '아이들, 그리고 선택에 의해서 스스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아이들. 사람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무조건 '문제아'라고 해요.

갇혀있는 아이들을 만나보면 더 문제 많은 부모를 만나서, 집 밖을 떠돌다 인생에 사고가 생긴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자발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경우는 제가 많이 만나보진 못했으나, 제가 17세 때 1년간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았으니, 저는 이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너희들은 '문제아'가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란다. 내가 학교밖 청소년이었던 17살 때를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였단다.

사람들은 '학교 안다니는 애' '문제아'이런 시선으로 보았지만, 나는 그 1년동안 한국문학ㆍ세계문학 전집을 다 읽고, 매일 영화 한 편을 보았어.

왜냐고? 너무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불안을 떨치고 싶었어.

그런데 그 속에서 꿈을 찾았어. 내가 작가가 되고 싶더라고! 지금 내가 작가가 되고, 다큐 영화를 찍고, 마음치유 강의를 하는 건, 모두 그 시기에 거름이 형성된 거야! 아이들아, 학교밖에 있는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자. 꿈 찾는 시기로 만들자.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걷는 것만이 답은 아니야! 다른 길을 걷더라도 '내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를 키우는 시기'로 삼을 때, 인생이 달라 질 거야! 더 멀리 뛰기 위해, 잠시 몸을 움추린 이 시기를 '나를 키우는 충전의 시간'으로 잘 보내길 바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박상미 대표 자신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사람들 앞에서 자주 강연을 하는데 그래서 저를 보면 굉장히 말을 잘하고 사람들에게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데 저는 정말 작고 잘 찢어지는 마음의 그릇을 가진 사람이에요. 너무나 상처를 잘 받고 자존감이 부족하고 그래서인지 저는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것 같아요.

Q. 박상미 대표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떻게 극복을 하시나요?

A. 내가 나를 치료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내가 무엇이 그렇게 아프고 나에게 어떤 아픔이 있고 어떤 걸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은지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나를 먼저 이해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상미야 넌 뭐가 그렇게 상처이고 힘들어?”라는 질문과 함께 제가 묻고 제가 답하는 걸 노트에 쓰기 시작했더니 너무 놀랍게도 “나 그게 너무 아프고 잊혀지지 않아”라는 말이 나오면서 제가 대답을 하는 거예요.

제가 묻고 제가 대답하면서 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저의 상처들이 글로 나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근데 그게 어떤 상담사들에게도 받지 못한 큰 위로였어요.

Q. 우리는 남에게 좋은 사람이기 위해 나에게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는 너무나 많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마음 졸이고 그렇게 남들에게 너무 많은 시선을 두고 살다보니까 나 스스로 돌보는 일에 굉장히 미숙한 거 같아요.

어려서부터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항상 남의 시선을 더 의식하고 남에게 책잡히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더 강조하시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타인에게 내 감정을 이해 해달라고 말하는 거에 있어서는 우리 부모님들도 어떤 교육을 해주시지 않으셨어요.

우리는 너무 내 감정을 돌보지 않고 특히나 너무 많이 참고 억누르고 남들을 위해서 감정을 희생하고 이런 것들에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내 감정도 소중하고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거기서부터 인간관계가 시작된다는 걸 우리가 너무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밖에서는 항상 친절하고 좋은 사람일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너무 나쁜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 ]

Q. 우울이 왔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울증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어제가 힘들었고 오늘이 힘들지만 내일은 나아질 수 있어”라는 생각 자체를 우리의 뇌가 못하게 돼요. 그래서 망원경으로 내일을 바라봐야 되는데 우울을 그냥 두면 시야가 좁아져서 눈에 빨대를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긍정적인 생각도 할 수 없게 되는 건데, 내가 깊은 우울에 빠졌을 때는 빨리 거기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 되요. 그때는 무조건 쉬어야 되는 거예요.

생각하는 것도 멈추고 일하는 것도 멈추고 학교도 안갈 수 있다면 가지 말고 나에게 자살충동이 왔다는 건 엄청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인생의 위기가 온 거니까 2주,3주 길게는 한달 정도라도 쉬는 게 좋아요.

Q. 마지막으로 주위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위로를 해주면 좋을지 걱정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우울하다,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을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차고 넘쳐서 SOS를 보낸 거예요. 그때 필요한 건 훈계나 조언이 아니라 무조건 공감하는 거예요.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묻고 들어주기만 하면 되요.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고 공감하고, 너니까 잘 견디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위로해주면 마음속에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줄 수 있어요. 이때 가장 위험한 건 지적하고 가르치는 거예요. 그러면 더 깊이 숨게 돼요.
 

[사진= 김호이 기자]


여러분 혹시 이번 박상미 대표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인터뷰를 하면서 주위에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위로하는 법을 알게 됐는데요. 이번 인터뷰가 여러분에게 큰 위로가 되고 마음이 치유되는 인터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