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가보니]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집주인들 매물 다 거둬"
2018-12-20 15:45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 분위기 하루만에 '반전'
평당 40만원하던 토지가격 60만원으로 올라
"물량폭탄·기업 유치 경쟁력 없을 것" 부정적 반응도
평당 40만원하던 토지가격 60만원으로 올라
"물량폭탄·기업 유치 경쟁력 없을 것" 부정적 반응도
“계양 테크노밸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고 발표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 거둬들였어요. ‘팔아 달라’고 사정하던 급매물마저 들어갔다니까요. 부동산이 완전히 침체됐던 계양구에서 집주인들이 다 같이 매물을 거두는 일은 전대미문이에요.” (계양구 동양동 인근 A중개업소 대표)
“주민들 분위기는 엇갈려요. 주변이 죄다 논밭이니까 첨단기업들 들어오면 두 손 들어 환영하죠. 그런데 정부 발표처럼 되겠어요? 임대주택만 넣고 나머지는 청사진으로만 끝날까봐 걱정하는 거죠.” (계양구 귤현동 주민)
20일 방문한 계양구 일원은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었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넘어서는 종합 자족단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가득했지만 청사진만 화려할 뿐 결국 베드타운(bed town)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역력했다.
국토교통부는 계양구의 귤현동, 동양동, 박촌동, 병방동, 상야동 일원 101만평(약 335만㎡)에 달하는 부지에 산단을 개발해 기업 유치를 이끈 뒤, 1만7000가구가 살 수 있는 택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 “매물 싹 사라져…토지 평당 40만원→60만원”
계양구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들은 “발표가 나자마자 주민들이 매물을 다 거뒀다”고 입을 모았다.
3기 신도시 발표 전만 해도 해당 지역의 아파트 매매 시장은 완전히 침체됐었다. 일부 중개업소의 유리 벽면에는 급매물을 알리는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동양동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한 달 간 거래를 한 건했는데 어제(19일) 갑자기 부동산 7곳에서 매물을 찾는 전화가 왔다”며 “급매물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매수자들이 원하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 당분간 거래가 이뤄지긴 힘들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인근 중개업소 대표도 “매수인이 계약금을 보내려던 차에 3기 신도시 지정이 발표가 나자 집주인이 마음을 바꿔 거래가 취소됐다”며 "동양동 휴먼빌 30평의 매매가가 3억원이고 전세가 2억8000만원인 점을 알고 갭투자 문의까지 있었다”고 귀띔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뒤,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테크노밸리 인근 토지에 대한 매수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계양 테크노밸리는 문재인 대통령, 송영길 의원(더민주·계양을), 박남춘 시장의 공약이었다. 계양구 중개업소 대표는 “토지는 재작년까지 평당 40만원에 거래되다가 지금은 60~7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토지를 사간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서운 산업단지가 3~4년전에 토지보상으로 평당 100만원 가량 받았다고 하니까 테크노밸리는 130만원정도는 받지 않겠냐”며 “70만원대에 토지를 구매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토지보상 가격이 낮으면 불만이 상당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 “역도 들어왔으면…기업이 뭘 보고 들어오겠냐”
3기 신도시 ‘계양’의 청사진은 서울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업을 유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교통대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인천 1호선 박촌역~김포공항역 구간에 정지 없이 이동하는 신교통형 전용 BRT를 신설하는 것이다. BRT를 이용하면 김포공항까지 6분안에 도달할 수 있고 여의도는 15분, 신논현역은 40분 안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철도가 들어서지 않는 데 불만을 표했다. 이날 아침 출근 시간에 만난 직장인 박씨는 “지금도 박촌역에서 66번 버스를 타면 김포공항까지 15분 안에 도착한다”며 “지금 거주하는 동양동에서 계양역이나 박촌역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야하는 등 불편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하철 대책이 빠졌다는 소식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남춘 인천시장도 “서울지하철 2호선을 계양테크노밸리를 경유하고 청라까지 연장하면 해당 사업의 사업성 제고 및 기업유치에도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지하철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유치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송도와 청라 등 경제자유구역은 물론이고 검단신도시와의 경쟁이 불보듯 뻔해서다. 동양동 지역주민 김씨는 “작전동이 재개발 중인데다가 여기에 1만7000가구가 공급되면 물량폭탄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고 서운산업단지가 있는데 산단을 또 만들 필요가 있냐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면서도 “판교처럼만 된다면야 두 손 들어 환영하지만, 주변 다른 신도시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