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예찬한 인덱스펀드가 '괴물'?…"경제·자본주의 위협"
2018-12-11 14:16
수수료 싼 인덱스펀드 인기 고공행진…비이성적 과열·투매 조장 등 비판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헤지펀드 불신론자로 유명하다. 헤지펀드는 수수료만 비쌀 뿐, 결국 돈을 챙기는 건 제 값 못하는 펀드매니저들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헤지펀드 대신 비용이 저렴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버핏이 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존 보글 뱅가드그룹 설립자를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글은 인덱스펀드 창시자다. 1975년 뱅가드를 설립한 그는 이듬해 사상 첫 인덱스펀드를 선보였다. 미국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을 추종하는 펀드로 지금도 운용된다.
버핏은 보글이 인덱스펀드로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줬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죽은 뒤 아내에게 남길 돈 대부분이 S&P500을 따르는 뱅가드그룹 인덱스펀드에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글은 한국에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상식투자 소책'(The Little Book of Common Sense Investing)이라는 저서에서 수수료 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상장주식을 모두 소유하는 게 최선의 투자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뱅가드가 단기간에 블랙록 다음 가는 글로벌 자산운용업계 2인자로 부상한 건 업계 판도의 중심축이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이동했음을 방증한다고 본다. 미국 인덱스펀드는 2002년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4.5%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했는데, 2009년에는 이 비중이 9%로 커졌고 올해는 17%로 높아졌다.
브러시는 주식 인덱스펀드의 인기가 높아져 운용자산 규모가 4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는 마치 인덱스펀드를 좋은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인덱스펀드가 경제는 물론 자본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인덱스펀드의 인기가 비이성적인 강세장·급락장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인덱스펀드에 돈이 몰리면 액티브펀드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다. 액티브펀드는 고점매도나 저점매수로 비이성적 과열이나 투매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한다.
브러시는 인덱스펀드가 결국 증시 변동성을 높인다며, 이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액티브펀드가 수세에 몰리면서 시장 분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액티브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 건 '족집게'로 불리는 유력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을 동원해 치밀한 분석을 근거로 유망한 주식이나 채권 종목을 꼽아주기 때문이다.
브러시는 액티브펀드가 인덱스펀드보다 못한 성적을 내더라도 시장과 종목에 대한 분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분석은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금이 흘러들게 하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브러시는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의 분석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지만, 이조차 없으면 주가가 더 잘못 매겨질 공산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기업 지배구조의 부실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인덱스펀드가 워낙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뱅가드나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에 주주투표권이 집중되면서다.
보글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쓴 글에서 이 문제를 우려했다. 그는 인덱스펀드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면, 미국 기업에 대한 주주투표 통제력의 과도한 집중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