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허가 논란…"수익만 쫓는 영리병원, 공공의료체계 왜곡 우려"

2018-12-06 03:00
시민단체 "의료영리화 점차 확대될 것"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오후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가 도민과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으로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영리병원인 만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로 한정됐다.

그러나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영리병원은 향후 이윤이 적은 의료서비스·저소득계층 환자진료 기피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의료 양극화와 공공의료 훼손, 건강보험 붕괴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은 녹지국제병원 개설 이전부터 영리병원이라는 성격 탓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금지를 주장해왔다.

환자의 건강과 치료 목적이 아닌 수익창출을 위한 의료기관으로 운영되는 만큼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국내 의료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타 의료기관과의 차별 문제 등 여러 부작용도 우려했다.

게다가 지난 10월 도민들이 참여한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가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났음에도 제주도가 이를 허가해 비난은 더 거센 상황이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도 “제주도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외국 투자 자본 유치 목적만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의료영리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에 대한 정책이 이미 있음에도 외국 투자 자본을 활용해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현행 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위반된다”고 비난했다.

또 영리병원 대상이 향후 내국인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내국인 역시 점차 고급의료를 지향하고, 의료기관 역시 의료영리화를 추구하면서 수익창출에만 몰두할 수 있다. 건강보험으로 통제하던 진료비가 한도 끝도 없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현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 감소 등 정책을 펴고 있지만, 영리병원은 내국인 건강보험 미적용, 환자 본인 전액 비급여 등을 불러와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의료단체 역시 이 같은 소식에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며, 국내 건강보험체계 근간을 무너뜨리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허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 허가 발표와 함께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 중국 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에 따른 한·중 외교 문제 비화 우려,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등도 허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