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절차 시작

2019-03-04 12:34
법정 개원 기한 4일 만료에 따라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진행

녹지국제병원 조감도 [사진=제주도청 제공 ]

제주특별자치도가 제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과의 전면전을 예고한 것이어서 향후 파장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초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을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하는 조건으로 개설을 허가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녹지국제병원 데드라인은 4일인 오늘이다.

제주도 측은 “녹지국제병원은 개설허가 이후 3개월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하지 않아 개설 허가 취소 청문 내용을 담은 공문을 4일 발송했다”며 “녹지국제병원 모기업인 녹지그룹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헬스케어타운 사업 파트너인 만큼 양자 간 헬스케어타운 향후 사업 방안을 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는 녹지측이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건 이후, 최근에는 개원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등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와 녹지국제병원은 개설 허가 이후 ‘내국인 진료’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히자, 녹지국제병원이 이 같은 조건을 취소하는 소송을 지난달 14일 제기했다.

또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녹지국제병원은 “행정소송과 별개로 제주도의 개설 허가를 존중해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며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녹지국제병원에 개원 준비 상황과 관련해 현장 점검을 원했으나, 녹지국제병원이 이를 거부했다. 제주도는 이미 이전에 이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병원 입장을 제한하는 등 녹지국제병원이 현장 점검 기피 행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법 제64조에 위반하는 것임을 알리는 공문도 따로 발송한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측은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최근에는 개원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등 입장을 번복했다”며 “제주도는 이전에도 녹지국제병원에 조건부 허가 전 비영리법인 전환 등 대안을 수차례 제시했으나, 녹지측이 이를 거부하고 조속한 허가여부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해 10월 8일 제주도청에서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도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해야 하는 입장으로,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며 “제주도도 정부, JDC 등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는 “병원 개원 준비에 따른 비용 부담과 (비영리로는) 투자 유치에 영향이 있다”며 “허가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제안을 거절했다.

제주도는 이 같은 공식면담 이외에도 지난해 10월 12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녹지국제병원측에 공문을 보냈다. 비영리병원으로 전환 방안과 병원 건물의 매각‧타용도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검토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또 조건부 개설허가 후인 지난해 12월 15일, 허가조건 이외의 사항들은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개설 허가사항 변경허가 신청’이 가능함을 안내하고, 녹지 측에 정상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필요할 경우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줄 것을 권유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는 올해 1월 15일 안동우 정무부지사와 제주도청에서 만난 자리에서 녹지가 혼자서 이것(녹지국제병원)을 밀고 나가기에는 경험도 없고,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없다”며 “더 이상 제주도와 만날 필요도 없고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5일부터 청문주재자 선정과 처분사전통지서(청문실시통지) 교부 등을 거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실시를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제주도 측은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 개설허가 처분 전에는 제주도 대안 마련 협의에 아무런 성의 없이 조속한 결정만 요구했다”며 “그리고 조건부 개설허가 처분 후에는 제주도와의 모든 협의를 일체 거부하다 개원 시한 만료가 임박하자 계획을 새로 세우고 있으니 개원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장 점검 거부 행위 역시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 제1항 제3호에 따라 개설 허가 취소사유가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이에 대한 처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측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법률 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고, 이와는 별도로 청문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실시해 나갈 방침”이라며 “녹지국제병원측도 허가취소처분과 관련된 입장이 있다면 앞으로 청문절차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