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주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취소 적법...ISD 갈까
2020-10-20 15:44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부허가' 이유로 병원 개원 안하는 것은 허가 취소사유"
국내·외 막론 '영리병원 불법', 외국인 상대 영리병원만 허용...."ISD 현실성 없어"
국내·외 막론 '영리병원 불법', 외국인 상대 영리병원만 허용...."ISD 현실성 없어"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중국 녹지그룹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에 위법이 있더라도 당연 무효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이 취소되기 전에는 누구도 그 위법을 이유로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녹지제주가 조건부허가를 내세워 개원 시한 내까지 업무 시작을 하지 않은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해 병원 경제성이 악화될 수 있으며, 경영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는 녹지제주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국인 진료 금지에 따른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소송에 대해선 선고를 연기했다. 영리병원 허가 취소처분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허가조건 취소 자체로 이미 소송 대상이 소멸했다는 이유다.
중국 뤼디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병원은 제주도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8002㎡에 778억을 들여 2017년 7월 완공된 1만8253㎡ 규모 병원이다. 제주도는 2018년 5월 녹지병원에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하는 조건으로 개설을 허가했다.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국한한 것이다.
하지만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까지 허가하지 않는 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2월 14일엔 제주도를 상대로 허가조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녹지제주는 의료법상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만큼 진료대상을 구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제주도는 그해 4월 17일 녹지병원이 의료법이 정한 개원시한(90일) 안에 문을 열지 않은 것을 두고 국내 1호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을 근거로 제주도 자체에 재량권이 있다며 맞선 것이다.
이에 녹지제주는 같은 해 5월 20일 허가조건 취소 소송에 이어 허가취소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녹지제주 측이 패소하면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도 나온다. 변론 과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ISD 제기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해당 소송 상급심 판단과 녹지제주 측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ISD는 투자자가 해당국가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아 손해를 입었을 때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내·외국인, 혹은 개인·법인을 막론하고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병원의 경우 영리로 운영할 수 있을 뿐이다.
법조계에서는 녹지그룹 측의 ISD제기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