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개방 시대, 분유업계 떨고 있나

2018-12-05 09:34
무역전쟁 '휴전', 개방 강조하는 중국...긴장하는 中 유제품 업계
분유 등 유제품 수입량 두 자릿 수 가파른 증가세
수입품과 경쟁해 품질제고, 해외공략...개방이 '도전'이자 '기회'

[사진=중국신문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향후 협상 과정과 추이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중국은 시장을 계속 열겠다는 입장이다. 광활하고 잠재력이 여전한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함께 윈-윈하자고 세계 각국에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분유 등 유제품 업계는 밀려드는 수입산 제품에 불안해하는 모습이라고 중국 증권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유제품 시장의 수입제품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분유의 경우 겨우 회복하기 시작한 신뢰로 수입 제품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유제품 업계가 살아남을 기회 역시 '해외시장'에 있으며, 수입산과의 경쟁을 통해 품질을 높여 중국 시장 내 '공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있다.

지난해 중국은 세계 60개 국가 및 지역에서 약 255만7000t, 93억 달러어치의 유제품을 수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3.3%, 36.1% 급증한 것으로, 유제품은 중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수입액이 증가하고 있는 식품이 됐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중국 유제품 수입량은 연평균 21.5%씩 급증했다.

이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대개방' 시대 진입을 선언하고 수입 문턱을 더 낮출 뜻을 밝히자 수입산 공세에 대한 시장 우려도 커졌다. 

특히 분유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분유는 과거 멜라민 분유로 영유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소비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중국 당국과 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불량기업을 퇴출하고 경쟁력 있는 '거대'기업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품질 개선 등을 강조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중국 분유가 달라졌다"는 보도와 조사결과 등을 내놓으며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는 부모들의 수입 분유 수요는 꺾이질 않고 있다. 간신히 기지개를 켠 데다 아직도 수입분유의 위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대외개방' 확대는 두려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의 조제분유 수입량은 29만5900만t으로 전년 대비 33.7% 급증했고 수입액도 32.3% 급증한 3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프랑스가 대중 조제분유 수출 주요 국가다.

중국의 분유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또 잠재력도 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 경제의 빠른 발전과 중산층의 증가, 이에 따른 높은 삶의 질 추구 등이 중국 분유시장의 빠른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은 세계 2위의 영유아 제품 시장으로 조제분유의 경우 2013년 판매액 911억 위안에서 지난해 1650억 위안으로 연평균 16%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최근 주춤하고는 있지만 산아제한 정책이 완화되는 등의 영향으로 성장을 지속한 공간도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의 유제품 제조업체들이 '개방'을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을 확대하고 살아남는 '활로'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바이밍(白明) 상무부 국제무역경제연구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엿볼 수 있듯이 중국이 세계에 기회를 주고 있다"면서 "또, 과거와 달리 중국 유제품 업계는 앞으로 경쟁 속에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대표 유제품 업체인 광밍(光明)유업 관계자는 "점점 더 많은 수입 유제품이 중국 시장에 몰려올 것"이라며 "중국 국내 기업에 이는 도전이자 기회"라고 밝혔다.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압박과 경쟁이 중국 국산 브랜드의 혁신을 이끌고 품질 향상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달라진 중국 유제품이 '저우추취(走出去)'로 시장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시장 진출로 한층 국제화된, 세계적인 유제품 기업을 길러낼 수 있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면 국내에서도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 유제품 업체의 해외시장을 향한 발길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중국 대표 유제품 기업인 멍뉴(蒙牛)의 인도네시아 'YoyiC' 공장이 문을 열었다. 이는 멍뉴가 뉴질랜드에 야스리(雅士利) 공장을 조성한 후 두 번째로 세운 해외 공장이다. 중국 유제품 업체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으로 건설한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멍뉴는 동남아를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간주하고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미 동남아 10개 국가 및 지역에서 멍뉴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리(伊利)그룹도 같은 달 29일 공시를 통해 태국 현지 최대 아이스크림 기업인 '촘타나(Chomthana)' 인수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