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쿠첸 대표 "밥솥 라이벌은 햇반···中 유아가전 시장 노크"

2018-12-03 06:00
'밥솥 시장' 정체 속 제2 캐시카우 찾기
올해 선보인 베이비케어 중국 박람회 등서 호평
체험센터로 소비자와 접점 확대···식품사업도 진출

이대희 쿠첸 대표. [사진=쿠첸 제공]


국내 대표 밥솥업체인 쿠첸이 내년 유아가전을 중국에 본격 선보이며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국내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밥솥 시장이 수년간 정체함에 따라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쿠첸은 앞서 지난 3월 유아 가전 브랜드인 '쿠첸 베이비케어'를 국내에 선보였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준비는 끝났다··· 내년 중국 시장 공략"
지난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대전에서 만난 이대희 쿠첸 대표는 "내년, 중국에 유아가전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중국은 섣부르게 나갈 경우 복제품 등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장 진출을 조율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 전시회 등에 꾸준히 제품을 소개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쿠첸은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3대 유아 박람회 중 하나인 'CBME(Children Baby Maternity Expo) 차이나 2018'에 참가해 젖병살균소독기와 오토분유포트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4월에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참여하는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 '캔톤페어'에서 베이비케어 제품을 공개했다. 

쿠첸의 젖병살균소독기는 국내 최초로 의료기기 살균 전용 UV LED(자외선 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해 상하 동시에 초강력 살균이 가능한 제품이다. 오토분유포트의 경우 1℃ 단위의 세밀한 온도 조절과 분유별 맞춤 출수가 특징이다.

쿠첸은 중국 영유아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실제 중국 영유아 시장규모는 지난해 1463억 위안(약 24조원) 수준으로, 최근 3년간 매년 약 15%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2016년 중국 정부의 2자녀 이상 허용 정책이 더해지며 매년 1700만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다.

그는 "밥솥 시장은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유아가전에 집중하고 밥솥 시장은 유지해 나가는 쪽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밥솥 라이벌은 즉석밥"
이 대표는 현재 밥솥 사업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즉석밥'을 꼽았다. 밥솥 시장이 호황기일 때는 '쿠쿠'와 양강체제를 구축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즉석밥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결혼할 당시 밥솥이 '머스트 헤브 아이템(반드시 있어야 할 제품)'이었지만, 이젠 '초이스(선택)'의 문제로 변했다"며 "1인 가구 증가로 즉석밥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석밥 시장의 원조인 CJ제일제당의 '햇반'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성장하며 3000억원에 육박하고, 판매량도 3억개를 넘어섰다. 올해 총 매출은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쿠첸의 밥솥 매출규모는 정체하며 2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1인 가구가 대세가 되면서, 밥솥도 앞으로 대형은 잘 팔리지 않고 소형 위주로 흐름이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61만9000 가구로 전체 가구에서 28.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쿠첸 체험센터 내 쿠킹클래스 공간. [사진=쿠첸 제공]


◆ 쿠첸 체험센터 활성화···식품 사업도 진출
쿠첸뿐만 아니라 쿠쿠 역시 이 같은 흐름 탓에 최근 렌털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쿠쿠는 지난 10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청정가전 서브 브랜드인 '인스퓨어(Inspure)'를 선보이고, 본격적으로 렌털 시장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쿠첸의 렌털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전기레인지 제품으로 시도해 본 적은 있지만, 정수기 등에서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렌털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LG, SK 등 대기업들이 생활가전 렌털 시장에 각별히 공을 들이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신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신 이 대표는 '쿠첸 체험센터' 등을 활성화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유아가전과 더불어 식품 쪽에서도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가 적극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한 쿠첸 체험센터는 지난 4월 서울 삼성동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밥솥, 전기레인지, 유아가전 등을 직접 볼 수 있고 '쿠킹클래스'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카페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특히 10여명의 규모로 운영되며 전문 셰프가 수업을 진행하는 쿠킹클래스는 인기가 많다. 싱글남녀가 짝이 돼 함께 진행하는 '쿠킹 시그널',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키즈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1호점이 큰 인기를 끌자, 쿠첸은 지난달 경기 성남에 '쿠첸 체험센터 정자점' 2호점을 새롭게 개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배만 채우기보다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때문에 음식 관련 블로그도 만들었고,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는 등 요리 쪽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풀어나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