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車보험료 3% 인상?…눈치보는 손보사들

2018-12-03 19:00

[사진=연합뉴스]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인 손해보험사들이 3% 수준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보험사들은 3% 인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이마저도 과도하다며 추가 인상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3% 인상으로 적자 극복이 어려운 보험사들의 경우, 손해율 높은 물건을 인수하지 않는 등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7%로 지난해 같은 기간(78.9%) 수준보다 6.08%포인트 올랐다.

대형 4개사의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100%를 소폭 상회했다. 합산비율이 100% 초과하면 손해액 및 사업비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다는 것으로, 즉 자동차보험을 팔수록 손보사는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손해율 인상으로 손보사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437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달리 올해 3분기에는 21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이르면 이달 중 3%가량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 삼성화재는 자동차 정비업체들과의 재계약 결과를 반영해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 1.2% 인상을 위한 요율 검증을 의뢰했고, 정비요금과 별개로 약 2%의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요율 검증을 추가 의뢰키로 했다. 

2위 현대해상과 3위 DB손해보험은 3%대 인상을, KB손해보험은 정비업체 재계약만 반영한 1%의 인상률 검증을 보험개발원에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3% 이상의 인상이 이뤄져야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정비요금이 상승됐고, 올 초 겨울 한파와 여름 폭염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정비요금 상승, 손해율 상승 등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3% 인상 폭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누수 관리를 소홀히 해 손해율이 오른 측면도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손해를 일부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은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에서 "일부 손해율 상승요인도 있으나 경미사고 수리 기준 확대, 인터넷 가입 확대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실적 개선요인도 있어 보험료 조정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지 못하면 손보사들이 사고나 수리가 잦은 물건의 인수를 거절하고 결국 보험료가 비싼 공동인수제도나 보험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금 원가로 생각할 수 있는 진료비, 자동차수리비 등의 상승이 자동차보험료에 제한적으로 반영될 경우 자동차보험 경영성과가 악화될 수 있다"며 "이 같은 보험금 원가상승요인이 자동차보험료에 적시에 반영되지 못하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민원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간한 '자동차보험 공동인수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관련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불만은 2014년 10건에서 2015년 64건, 2016년 129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제도는 과거 손해율이 높은 차량 등 고위험 계약에 대해 개별 보험사가 인수를 거절할 경우 손보사가 공동으로 인수해 사고발생의 책임액을 공동 부담하는 제도다.

손보사들은 공동인수 시 2회 이상만 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약 2배 이상 인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