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먼 나라 금융회사의 먼 나라 이야기

2018-12-02 19:00

[양성모 금융부 기자]


‘8275억원', ‘63억100만원’

위에 나열된 두 숫자는 얼핏 한 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중간배당 액수와 지난해 사회공헌 기부금액 총액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1월 8275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올해 초 939억원을 더할 경우 9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63억100만원에 불과하다.

매년 은행연합회는 각 금융회사들의 사회공헌금액을 공시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의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109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1074억원, KEB하나은행 102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각각 976억원, 850억원, 755억원을 기록했다. 씨티은행은 시중은행 기준으로 가장 낮은 신한은행과 비교해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제주은행 다음으로 적은 액수다.

외국계 기업의 배당은 손가락질 받을 이유가 없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며 이를 거둬들여야 한다. 외국계인 만큼 모기업이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배당이라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중간배당에 대해 “자본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9월말 기준 20.1%를 넘어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중이지만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3.16%로 씨티은행 본사 목표치에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주가가 곤두박질  쳐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이 무너졌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급락의 이유로 낮은 배당성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지적도 했다. 그만큼 배당은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재료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사회공헌 규모를 날로 확대하고 있는 반면, 같은 환경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의 낮은 기부금이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부 유출이라는 손가락질은 구닥다리 생각이다. 다만 은행은 대출을 통해 이윤을 남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는 대출자가 필요하다. 그들이 영업하는 곳은 미국 땅이 아닌 대한민국이다. 국내 은행들과 박자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