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시장 또 꿈틀? "베이징 토지경매 최고 신기록"

2018-11-27 10:54
주택담보대출 선불금 대출, 분할납부 등 불법영업도 등장
"부동산 규제 흔들림없다" 강력한 의지 내비치는 中 정부

 

중국 베이징 외곽의 옌자오에서 부동산중개소가 선불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사진=신경보]


중국 부동산 시장이 또 꿈틀거리고 있다. 수도 베이징에선 토지 경매가 사상 신기록을 기록하고, 베이징 외곽지역에선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감시의 눈을 피해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하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규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란 의지를 관영매체를 통해 내비치고 있다.

◆ "50~60차례 호가" 수도 베이징 일일 토지거래가 신기록

전날 베이징 외곽 지역인 다싱(大興), 팡산(房山), 옌칭(延慶), 순이(順義), 미윈(密雲) 등지의 13필 토지를 대상으로 실시된 경매엔 모두 30개가 넘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몰려들었다. 총 거래가는 316억4600만 위안(약 5조원)으로, 베이징 하루 토지거래 최고 신기록이라고 베이징 유력일간지 신경보(新京報)는 27일 보도했다.

이중에는 경매 프리미엄이 최고 50% 붙어서 거래된 토지도 있었다. 일부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경쟁이 치열해서 호가가 50~60차례씩 이뤄지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총 13필 토지 중 1필은 경매가 유찰됐고, 나머지 낙찰된 토지 중에서도 프리미엄이 1.5%밖에 안 붙은 거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시장은 그동안 찬바람이 불었던 토지 경매시장이 다시 활기를 띤 것에 주목했다. 중위안부동산연구중심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베이징 총 토지 거래액은 1209억9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6% 감소했다. 올해 베이징에서 경매에 부친 토지 중 유찰된 것만 7건에 달했다. 

옌웨진(嚴躍進) 이쥐연구원 싱크탱크 연구총감은 "비록 일부기업들이 비록 자금난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토지 매입 계획에 차질을 빚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자금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베이징 부동산 시장에 여전히 자신감이 있는만큼 토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선불금 대출, 분할납부 해드려요!" 불법 중개업소 등장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불법 부동산중개업소들도  등장했다.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 옌자오(燕郊), 줘저우(涿州) 등지 중개업소들은 주택 구매 선불금(초기 계약금) 대출, 선불금 분할납부 등 불법 영업을 암암리에 개시했다.

현재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선불금으로 전체 집값의 최저 30% 이상을 한번에 지불하고, 나머지 액수는 최대 70%까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선불금을 대출이나 분할 납부 방식으로 지불하는 건 엄연히 불법이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부실대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중개업소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집을 팔기 위해 암암리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 부동산 시장 고삐를 조이면서 옌자오 지역 부동산 시장 열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한때  주택 분양가가 ㎡당 3만 위안까지 치솟았던 이곳은 현재 절반 수준인 1만6000~1만7000위안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일부 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조금씩 인하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10월 베이징 생애 첫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5.47%로, 전달 대비 0.36% 하락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들의 자금 여력이 남아있는게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당국의 부동산 시장 규제 기조 속에서 단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대폭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 "부동산 규제 흔들림없다" 강력한 의지 내비치는 中 정부

이처럼 베이징 등 1선도시를 중심으로 가라앉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자 중국 정부는 관영언론을 통해 부동산 규제정책을 흔들림없이 이어갈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27일 중국 관영 경제지 증권일보는 1면에 '부동산 규제는 흔들림없다'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전날 중국 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에서 발표한 10월 중국 부동산시장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부동산 시장 열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1선 도시 집값은 전달 대비 1.85% 하락했다. 이는 전달 낙폭에서 1.3% 포인트(P) 확대된 것이다.  보고서는 1,2선 도시 집값은 안정 속 소폭 하락세를 이어가고, 2,4선 도시 집값 상승세는 서서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집값 상승 억제 결심엔 변함이 없다"며 "이는 부동산 가격 안정세 전망에 힘을 불어넣고, 부동산 개발업체들 경영방식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빚을 내 마구잡이로 부동산 개발을 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자산을 매각하고 부동산업체끼리 인수합병 등 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개발업체의 구조조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밖에 보고서는 토지 양도수입에 의존해 온 지방정부에서도 부동산 규제정책을 성실히 이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걸 막기 위해 최근 2년간 부동산 시장 규제 고삐를 조여왔다. 올 들어서만 주택구매제한령 등 전국적으로 내놓은 부동산 규제 건수는 405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나서서 “집은 투기 대상 아니다"며 부동산 투기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중국 부동산 시장도 서서히 침체 양상을 띠는 모습이다. 앞서 9월 중국 70개 도시 신규주택 평균 가격이 전달 대비 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6개월 만에 상승률이 둔화한 것이다. 올 들어 중국 부동산업계엔 채무불이행(디폴트)도 줄지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 관계자 발언을 인용, 내년 중국 신규주택 판매면적과 판매액이 올해보다 10%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주택시장이 5년 만에 처음으로 내리막에 처할 것이란 예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내년 중국의 주택 가격이 최대 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그래픽=김효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