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바뀐 美, "남북 철도 공동조사 전폭 지지"…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

2018-11-21 17:50
이 본부장, 회의내용 공개…폼페이오는 "비핵화와 함께" 발언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따라 남북협력사업 추진 판가름 날듯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 두번째)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네 번째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21일 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첫 워킹그룹 회의를 갖고,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와 관련한 대북제재 예외 인정 문제 등을 논의했다.

회의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 공동 주재로 열렸다. 

이 본부장은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협상에 정통한 정부 고위관계자도 이날 철도연결 사업에 대한 한·미 간 논의상황과 관련, "그동안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철도문제는 매우 기술적인 문제만 남겨두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올해 안으로 철도 연결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문제'는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대북 반출 물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 등에 저촉되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의 철도 연결사업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은 지난 10월 하순부터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해 마무리한 뒤 11월 말~12월 초에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남북이 지난 8월 말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승인해주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바뀜에 따라, 남북 공동조사는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걸로 점쳐진다. 우리 정부도 공동조사를 하기 위해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철도 공동조사나 착공식 등 남북 간 합의된 사안이 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미국 등 관련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관련 준비를 차분히 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술적 협의에는 시간이 걸려, 당초 남북이 합의한 11월 말∼12월 초에 착공식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미국이 공식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고 우리 정부 당국자의 입을 통해 공동조사와 착공식만 콕 집어서 전해진 만큼, 미국이 실질적인 철도연결사업에 대해 보수적인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별도의 채널을 통해 남북한의 화해 시점이 한반도 비핵화 과정보다 앞서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낸 점도 눈길을 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나란히(as tandem),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여긴다"며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한 간 내적관계 개선보다 뒤처져선 안 된다는 뜻을 한국에 확고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남북 관계만 앞서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전망인 북·미 고위급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 간 합의사업도 추진 동력을 얻을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