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 "APEC 성명 채택 불발, 특정국 '강요' 때문"
2018-11-20 07:03
왕이 부장 19일 기자회견 "특정국이 합리적 수정요구 수용 안해, 각국 불만"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특정국의 강요 때문이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미국 언론은 중국의 불만 때문이라고 보도해 양국 간 무역갈등이 첨예함을 반영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 격)이 19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특정 경제체가 자신이 내놓은 방안을 각국에 강요하고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합리적인 수정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았고 이것이 중국을 비롯한 많은 경제체의 불만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위는 APEC 협상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협상'은 APEC의 가치가 깃든 기본원칙으로 각국의 공동이익과 연결된 것으로 무시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결국 공동성명 채택 불발은 미국의 탓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왕 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통합, 상호소통 강화, 포용적 성장 추진 등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논의했고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연설과 회의기간 내 발언, 글로벌 난제 극복을 위해 중국이 제시한 방안 등이 다수 국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사평을 통해 "공동성명 채택을 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며 이는 '미국 우선주의' 추구의 결과"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공동성명 초안의 특정 문구에 따른 중국의 강력한 불만이 공동성명 채택 불발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우리는 모두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문장의 '불공정 무역관행'이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수정을 요구한 것. 이 과정에서 중국 외교관들이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 사무실에 난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이는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헛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시 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설전을 벌이며 정면 충돌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또,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 구상 추진이 관련국을 '빚더미'에 앉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이를 반박함은 물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을 강력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