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부상에 지주사도 뜬다

2018-11-19 18:41

서울 중구 한진빌딩. [사진=연합뉴스 제공]


토종 행동주의펀드로 불리는 KCGI가 지분을 사들이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가가 요동쳤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다른 지주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KCGI는 지분을 취득한 이유로 저평가돼 있는 주가와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을 들었다.

◆행동주의펀드가 노릴 상장법인은

19일 코스피 상장법인인 한진칼 주가는 6.69% 하락한 2만6500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직전 거래일인 16일에는 15% 가까이 뛰었다. 당시 KCGI 측이 한진칼 지분을 9%가량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다만, KCGI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경영권 장악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입장문에는 "단기 이익실현을 지양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비해 행동주의펀드는 대개 지배구조가 취약한 회사 지분을 사들여 경영을 개선하고 수익을 챙긴다.

입장문이 이런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실제로 한진칼 우선주는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증권가도 지주사를 중심으로 행동주의펀드 수혜주를 찾느라 바빠졌다. 한화투자증권이 집계하는 지주사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1.24%(19.67포인트) 상승한 1597.50을 기록했다. 오름세는 4거래일째 이어졌다. 

지주사별로 보면 코오롱(15.05%)과 제이파마홀딩스(10.74%), HDC(8.66%), 한진중공업홀딩스(7.27%), 네오위즈홀딩스(7.02%), 종근당홀딩스(5.34%), 롯데지주(4.73%) 주가가 이날 많게는 10% 넘게 올랐다. CJ(3.60%)와 LG(2.54%), SK(2.38%), 두산(1.16%), 삼성물산(0.48%), 한화(0.33%)도 나란히 뛰었다.

최대주주 지분이 적고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측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0%에 못 미친다. 애초 KCGI가 기관투자자와 연대해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점쳐졌던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조건에 들어맞는 기업으로 네이버와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을 꼽았다. 한국단자와 광동제약, 조광피혁도 나란히 포함됐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도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가치 개선에 소극적이거나 배당성향을 개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저평가 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해당기업은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배당성향이나 자사주 정책을 개선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10%룰' 없애면 행동주의펀드 더 늘어

KCGI는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였다. 물론 주주행동주의는 꾸준히 확산돼왔다. 앞서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맥쿼리인프라펀드(MKIF)를 굴릴 자산운용사 변경을 제안하기도 했다. 관련 안건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부결됐으나, 결과적으로 운용보수 인하를 끌어냈다.

KCGI 같은 사모펀드에 적용하는 '10%룰'을 완화하거나 없앤다면 관련 펀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지분을 취득하려면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10% 이상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지분이 5%를 넘긴 다음부터 공시 의무가 부과돼 추가 취득을 어렵게 만든다.

그렇더라도 증시 부진으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행동주의펀드로 흘러갈 가능성은 크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는 행동주의펀드가 목표로 삼을 다양한 사례가 존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