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2세 위치는?②] 리빙업계, 장자 승계 ‘파괴’
2018-11-16 05:05
장자승계 대신 합리적 경영 택한 리빙업계 1세대
‘6070’ 오너시대가 저물고 있다. ‘3040’ 젊은 경영진 시대로 바뀌는 시점이다. 대한민국 산업‧교육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1세대 ‘창업주’와 상가 등의 시장을 번영시킨 자영업 ‘사장’들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이에 가업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 철저한 실력으로 차기 경영구도를 그려가고 있는 중소기업계 2세들의 위치를 파악해 봤다. 교육계 빅5와 리빙업계의 후계구도를 전망해보고, 장수 상인들의 비결을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리빙업계가 '장자 승계' 관례를 넘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눈길을 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락앤락, 코멕스, 광주요, 박홍근홈패션 등 리빙업계 기업들은 장자 승계 대신 다양한 선택지를 고르고 있다. 상속 대신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도 하고,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부녀경영'으로 크게 도약하는 등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락앤락 창업주 김준일 회장은 지난해 회사를 사모펀드 어퍼니티에 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경영을 계속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지만, 사실 높은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에 세습보다는 전문성 있는 글로벌 투자기관 어피니티의 역량으로 락앤락을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김 회장은 슬하에 삼형제를 두고 있다. 이중 첫째·둘째 아들이 락앤락에서 근무했으나 김 회장과 함께 락앤락을 떠났다. 김 회장은 이전부터 아들들에게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후 매각대금을 락앤락과 공익재단에 투자했다.
생활용품 기업 코멕스 창업주 구자일 회장은 올해 만 75세다. 경영 최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1세대 창업주 중 한명이다. 업계에서는 2세 승계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의 아들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서울 본사에서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통상적인 2세들의 행보와 달리 지역에서 근무하며 실무에 힘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침구기업 박홍근홈패션은 2세 세습 경영보다 능력 있고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경영인을 선택했다. 창업주 박홍근 고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이선희 대표가 기업을 이끌고 있다.
박 고문이 경쟁사 직원이었던 이 대표의 뛰어난 경영 능력에 매료돼 회사를 맡아달라 제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대표 취임 당시 매장 수 10개에 불과했던 박홍근 홈패션은 전국 150여개 매장을 둘 만큼 성장했다.
광주요 그룹은 부녀경영으로 유명하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둘째 딸인 조희경 가온소사이어티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광주요의 외식 사업 부문 가온소사이어티를 이끌고 있다. 조희경 대표는 미쉐린가이드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은 광주요 그룹의 레스토랑 가온과 1스타 레스토랑 비채나를 운영한다. 가온과 비채나는 올해로 3년째 미쉐린 가이드 평점을 유지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조희경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식문화를 공부하고, 미국에서 프렌치 요리로 유명한 스타 셰프 토마스 켈러 아래에서 인턴 과정을 거쳤다. 전문 지식과 젊은 감각으로 광주요 외식 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