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이모랩 이모르 대표 "그림은 눈치를 보지 않는다"

2018-11-13 08:54
- 이모르 대표,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함께 우울해줄 수 있는 사람"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은 예술하면 무엇이 가장 떠오르시나요? 밝음? 빛? 어둠? 슬픔? 아픔?
이번 인터뷰는 자신의 어둠과 아픔을 예술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모랩 이모르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이모르 대표 제공 ]


Q. 그림의 소재는 어디서부터 영감을 얻나요?

A. 무의식 속에서 얻는 거 같아요. 제가 항상 그림 그릴 때 이야기하는 거지만, 딱히 구상을 하고 그리는게 아니거든요. 그냥 손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게 제 자신의 무의식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제 자신의 감정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유튜브 구독자가 늘었다?(웃음) 그냥 별반 일상과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럼에도 좀 더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겼다, 그 정도?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깨달았다, 이렇게 보면 될 거 같네요.

Q. 이모르 대표의 그림들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보면 어떠한 생각이 드시나요?

A. 보통 제 작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연령대가 높지는 않다고 생각을 해요. 주로 10대 중후반부터 20대 초까지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연령대가 낮은 친구들이 부정적인 감정, 우울하고 힘든 내용들이 많이 다뤄지는 저의 작업에 공감을 해준다는 건 어떻게 보면 “그들도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힘들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Q. 한국에서 예술가로 살아남는 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살아남는 법을 알기 위해서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버티고 있는 거 같아요. “버티다” 말고는 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없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저도 살아남고 있는 중이니까.

Q. 이모르 대표의 그림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면 하시나요?

A. 원대한 대의를 갖고 작업을 하는 건 아니라서, 그냥 소소하게 주변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고 다양한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에게 제가 좀 미약하게나마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렇게 작게나마 작업을 통해 위로를 던지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이모르 대표 제공 ]

 

[사진= 이모르 대표 제공 ]


Q. 이모르 대표가 그림을 통해 바꾸고 싶은 인식이나, 생각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창작을 일상화했으면 좋겠어요.

제 그림이 흔히 말하는 ‘잘 그린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분출하는 스타일의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렇게 그림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좀 더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Q. 누구나 그림을 통해 나다움을 찾고, 나 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모르 대표가 생각하는 ‘그림에서의 나다움’이란 무엇인가요?

A. 그림만은 스스로 검열하지 않고, 누군가를 의식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포현하는 것. 원래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눈치를 보기 나름인데, 그림 안에서만큼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도 않고, 잘 그리려고 하지도 말고 정말 있는 그대로 표현되는 그림을 놓아두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렇게 놓아두는 작업이 진짜 ‘나다운 작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일명, 이모르다움이 잔뜩 묻어있는 지금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어떤 결심이 필요했으며,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A. 일단 감정적으로 고난이 있었던 시기들이 있었죠. 흔히들 겪는 거지만, 우울했고 그런 것들을 표출해내지 못해서 자해도 하고, 병원에도 입원했었어요.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다 보니까 무언가 다른 식으로 내 감정을 정리하고 해소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거죠

Q. 그전에는 그림을 하시지는 않으셨던 건가요?

A. 그때는 상업적인 그림을 그렸었어요, 흔히 말하는 귀엽고 장식적인 그림. 그런데 이제는 조금 그런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과정 자체에서 솔직하면 됐다는 마인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이성이 아닌 광기를 드러내다> 프로젝트 시리즈에서, 자해흉터를 당당하게 내보이셨는데, 이런 프로젝트를 감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일종의 ‘커밍아웃’이었던 것 같아요. “숨겨왔던 콤플렉스를 자신있게 공개하자, 스스로 선언을 하자 그러면서 그 안에서 희망감을 좀 얻어보자”라는 생각에, 공개를 했죠. 그러다 보니까 그 전에는 그냥 그저 그렇게 알고 지냈던 팔로워들 중에서도, 그런걸 거북해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팔로워를 끊고 좀 멀어져 갔어요. 대신 진짜 내 안의 것들을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위로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줘서 진짜 내 편을 알게 됐죠. 그러면서 더 해방감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Q.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모든 아픈 기억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기까지는 어떤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나요?

A. 그렇게 자해를 하고 병원에 입원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악순환 되는 시기를 겪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살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이 필요했었어요. 그래서 노력이라고 하면 ‘결심’과 ‘용기’였죠.

Q. 우울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을텐데 계기가 있었나요?

A. 일이라는게 영화처럼 결정적인 계기나 사건의 한 장면으로 찾아오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그저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모이고 모여서 화산 터지듯이 분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커다란 이슈가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Q. 실례가 안 된다면, ‘자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안 그래도 요즘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있어요. 자해가 사회적 인식이나 어른들의 시선 그리고 잘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는 ‘나쁜 것’이라고 치부되어버라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자해라는 행위를 하는 것은 훨씬 더 복합적인 것들과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단순히 사람들이 자해를 나쁜 행동으로만 보는 건 좀 아닌거 같아요. 저는, 자해는 나쁜게 아니라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모르 대표님의 ‘자해에 대한 영상’을 보고 어린이들이나 친구들이 따라하는 경우도 있는데 혹시 이러한 영상을 19금으로 올릴 생각은 없으신가요?

A. 그러기에는 우리 주변에 자해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지 않나요? 일단 저는, 이미 유튜브에 (자해에 관한 것이 아닌) 훨씬 더 다양한 유해 콘텐츠들이 존재하는데 그런 콘텐츠들에 비해서는 의미있는 콘텐츠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한 번은 화두를 던져볼만한 키워드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제 영상의 영향력으로 인한 자해보다, 우리 주변에 워낙 자해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그런 친구들을 아예 못 만나게 하는 건 웃기잖아요. 제 영상을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 주변에 그런 (자해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고, 이런 걸 화두로 던지는 사람이 있고, 이런 건 그냥 현실이다, 이 정도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Q. 콤플렉스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내는 순간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픈 감정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을 때에 그저 모호하게, 추상적으로만 경험하고 지나가고 말거든요. 그것에 대한 원인 자체를 잘 파악하려고 하지 않죠.

저는, 일단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무엇 때문에 가장 힘들어 하고, 무엇이 진짜 콤플렉스인건지, 그런 걸 스스로 발견하는게 필요한 것 같고요.

그렇게 발견을 했을 때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겠죠 “나는 그게 콤플렉스가 아니야”라고 부정하는게 아니라 “나는 그런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라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그런 콤플렉스를 숨기지 말고 누군가한테 털어놓는 순간 그것마저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해요. 그러면 그런 사람들 앞에서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거죠.

Q. 앞으로 그리고 싶은 작품이나,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 작품은, 결과적으로 “어떤 이미지다” 라는 것은 아니고요. 아직까지도 제게 남아있는, 그림을 그릴 때 얽매여 있는 습관과 자유롭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완벽하게 해방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그려봐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계속 실험하고 싶고요.

요즘은 그림과 별개로, 제가 유튜브랑 SNS를 하면서 제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이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유지한 채 무언가 우리들만의 간직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좀 우울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개발하고 디자인해서 판매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Q. 과거의 이모르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빨리 거기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 얽매였던 굴레 속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일찍 나왔으면 좋겠다, 뒤늦게 나오지 말고.”

Q. 마지막으로 나만의 개성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일단은 뭐든지 잘하려고 하지도, 잘 보이려고 하지도 말고 ‘자기 자신이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을 그리는 과정 속에서 그게 곧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좀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사실 한국 사회에서 그림으로 먹고 살기 힘든 구조가 있잖아요.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적으니까, 돈으로 연결될만한 기회가 별로 없죠.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일과 순수하게 그림그리는 작업을 밸런스 있게 병행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너무 작업에만 매몰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이상만 쫓지 말고, 어느정도 현실을 자각하면서 전력적으로 잘 버텨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Q. 추가로, 이모르 대표의 그림과 영상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힘내라는 말보다 같이 우울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있다는 것,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 그게 좀 더 그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진= 김호이 기자 ]


여러분 혹시 이번 이모르 대표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아픔과 우울을 숨기지 않고 예술로 표현하는 이모르 대표가 매우 멋져 보였는데요.
여러분의 감정을 예술로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요?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예술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김해온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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