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보다 비싼 전세…지방 '깡통전세' 속출

2018-11-12 14:18
대규모 입주->역전세난->매매·전셋값 하락->깡통주택 '악순환'
대규모 입주예정 지역 모니터링 및 대책 마련해야

2010년 초반 연평균 5000가구 미만이던 충청북도 입주물량이 올해 2만2000가구로 급증하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 아주경제DB]


경남 거제와 창원, 경북 구미 등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곳을 중심으로 매맷값이 하락하면서 '깡통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유행했던 만큼 애꿏은 세입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남 거제시 고현동 D아파트 전용 59.76㎡의 전셋값은 6000만~7000만원 선으로 2년 전(1억3000만~1억4000만원)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전세 만기가 돌아와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더라도 7000만원 가량의 돈을 융통해야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S아파트 전용면적 84.9㎡형의 2년 전 전셋값은 2억~2억2000만원이었는데, 현재 매맷값은 이보다 4000만원 낮은 1억6000만~1억8000만원 수준이다. 2년 전 전셋값이 현 매매가격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경북 구미 옥계동 K아파트 전용 59.85㎡도 2년 전 전셋값이 6100만∼7100만원이지만, 최근 실거래 매매가는 4000만∼5000만원 선에 그친다. 충북 청주 상당구 용암동 F아파트 전용 51.9㎡는 2년 전 전셋값이 1억3500만∼1억4000만원인데, 현재 매매가격은 1억2800만∼1억3000만원 수준이다.

대규모 입주와 지역경제 침체로 인해 발생한 역전세난이 매매·전셋값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집을 팔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도 어려운 소위 '깡통주택'이 나타난 것이다. 깡통 주택이란 매매가격이 전세가격 이하로 떨어져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집을 말한다.

이들 지역에서 깡통주택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입주물량 증가에 있다. 지난 2014∼2016년에 걸쳐 지방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 물량 입주가 본격화된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지방 전셋값 하락은 건설경기 호황으로 2, 3년 전 분양한 단지들의 입주가 본격화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월세 매물을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경상남도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연평균 6000~2만 가구에 불과하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4만가구를 상회하며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입주물량도 3만7000가구에 달하고 내년 역시 3만5000가구 수준의 집들이가 준비되고 있다.

충청남도 입주물량의 경우 2016년에 2만2500가구, 2017년 2만4500가구, 올해 2만6000가구로 연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충북 역시 2010년 초반 연평균 5000가구 미만이던 입주물량이 올해 2만2000가구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지방권역을 중심으로 입주 모니터링과 함께 미입주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유통과 교수는 "지방 뿐 아니라 주택시장 전체 경기가 불확실한 만큼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가격 및 입주율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미입주 물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