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잠자는 ‘가정폭력처벌법 17건’ 개정 촉구
2018-11-12 10:46
‘가정 보호→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개정해야
정춘숙·백혜련·위성곤 "최선 다하겠다" 약속
정춘숙·백혜련·위성곤 "최선 다하겠다" 약속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등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 국회를 질타하며, 잠자고 있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날까지 국회에는 가정폭력처벌법 17건이 계류해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 2016년 8월 대표 발의한 가정폭력처벌법은 그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후 현재까지 방치했다.
17개의 개정안은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장을 중심으로 목적조항 수정 △가해자 격리 및 체포 의무화 등 사법경찰 관리의 현장 조치 강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또는 제한 등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원칙 수립 △수사·재판절차 상 피해자의 안전과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강화 등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분명한 처벌과 피해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방은 등을 담고 있다.
여성단체와 피해자들은 “지난해 남성 배우자에 의한 실임범죄 피해자가 최소 64명”이라면서 “지난달 22일 강서구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폭력으로 수많은 여성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다. 혼인 관계 내 반복적인 폭력의 연장선에 있으며 지극히 상습적·선별적·계획적 범행의 결과”라면서 “국가와 사회는 분명히 폭력을 목격했고 피해 여성들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았지만 외면해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선 “2015년 12월 베트남 이주여성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고했고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전남편이 아이 면접 핑계로 찾아와 피해자와 자녀를 불러내 납치 후 살인한 사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정폭력은 부부싸움과 가정불화가 아닌 사회적 범죄다. 가정폭력에 대해 무관심하고, 안일하고, 무능한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은 가정폭력처벌법에 근거한다”며 뒷짐 진 국회를 질타했다.
여성단체와 피해자들은 가정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 유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가정폭력 가해자는 다른 범죄자와 달리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가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며 “강서구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딸이 와서 참고인으로 증언했을 때 많은 의원이 공감한 만큼 가정폭력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가위 위원이자 법사위 위원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정해진 책무를 못 한 점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처벌법이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맞춰서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분이 동의할 것”이라면서 “신속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을 맡은 위성곤 민주당 의원도 “현행법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리 당 의원들과 함께 이 문제가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