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새만금 태양광’의 경제논리와 정치논리
2018-11-13 05:00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에 새만금은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엔 종합개발계획 수립과 함께 힘이 실리는 듯했지만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에 환황해(環黃海)경제권의 전략 거점으로 새만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 첫 작품이 새만금의 9.4%에 해당하는 지역에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인근 해역엔 1GW급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새만금 현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갖고 이 같은 발표를 했지만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30년 기다려온 새만금, 고작 태양광이냐는 것이 지역정서”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북은 전체 지역구 의원 10명 중 민평당이 5명이고, 더불어민주당 2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1명이다.
유성엽 의원(민평당)은 “태양광 조성은 비싸게 조성된 새만금이 아니라 건물 옥상이나 자투리 땅에 하는 게 맞는다”면서 “전북을 걱정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반대하고 전북은 더 당해봐야 한다는 자조적인 말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하진 전북지사(더불어민주당)는 ”개발이 되더라도 가장 늦게 될 지역에 하는 것으로, 체육관에 운동기구 하나 더 들여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새만금에서 태양광을 설치하는 지역은 전체 면적의 10분의1에 조금 못 미치는데 공항 인접지역과 비행경로에 해당한다.
민평당은 KTX 호남선의 노선을 직선화하고 KTX 세종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KTX 호남선이 충북의 요구로 오송역을 통과하면서 노선이 기형적으로 구부러져 호남지방은 서울에서 13분 더 걸리게 됐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역에는 KTX 역사가 들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호남선 직선화와 세종역 신설은 충남과 호남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태양광은 다른 것 같다. 송 지사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에 대해서는 반대가 별로 없고 군산 등지에 들어설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과 연구소 그리고 수많은 일자리를 생각해서라도 그런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사업은 일자리 10만개와 25조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창출하면서 전북과 군산경제에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현재 전체 발전량의 8%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3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은 원자력과 석탄발전 비중이 70%로 높고 재생에너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그러나 흐리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클러스터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원래 쌀농사 단지로 추진된 새만금은 물막이 둑 완공 뒤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력 산업도 바뀌었다.
새만금은 도로, 공항, 항만 등 인프라가 다 갖추어지지 않아 대기업들의 투자 유치 실적도 미미하다. 작고한 구본무 LG 그룹 회장이 최첨단 유리온실로 된 스마트 팜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전농 등 농민단체의 반대로 청사진을 접었다.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은 파급효과가 큰 대형 앵커 기업을 유치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혔으나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해 전북도와 군산·김제·부안 3개 시·군이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주민 여론 수렴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최근 새만금 현장을 둘러보았을 때 지역주민의 반대 움직임이나 플래카드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미래의 후손 세대까지 이어질 국가적인 대역사(大役事)가 전북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의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