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개국에 이란 제재 면제..국제유가 향방은?

2018-11-04 13:45
트럼프 행정부, 5일 0시부터 대이란 경제 제재 복원
"유가, 단기적 상승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하락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이란 경제 제재 복원을 앞두고 2일 트위터 계정에 "11월 5일 제재가 온다"며 예고 포스터를 올렸다 [사진=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5일 0시(미국 동부 시간·한국 시간 5일 오후 2시)부터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할 예정인 가운데 8개국에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에서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란 제재로 인한 국제유가의 향방과 관련,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둔화와 증산에 따른 하락을 점쳤다.

◆ 8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인정키로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동으로 전화 브리핑을 갖고 8개국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제한된 수준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면제 대상은 5일 발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 자문을 인용하여 여기에는 중국, 인도, 터키, 일본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U(유럽연합)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면제 8개국에 대해 "이들 나라의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의 상당한 감축 및 여타 영역에서 협력을 보여주었다"면서 8개국 중 2개국은 '제로' 또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에서, 6개국은 '대단히 감축된 수준'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이란 제재에서 세계 각국과 논의를 이끌어 온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사는 제재 면제는 제한적으로 시행되며 180일 이후 만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80일마다 면제는 갱신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FT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유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180일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로 만드는 작업의 진행 상황을 평가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지 않으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일 수 있는 자유가 생길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 복원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포스터를 패러디한 예고 포스터를 게재했다. 여기에는 “11월 5일 제재가 온다”라고 적혀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이번 제재는 이란 핵야망을 저지하는 데 실패한 “끔찍한” 2015년 핵합의에서 미국이 완전히 탈퇴하는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적은 이란이 파괴적인 행동을 중단하든지 계속 경제적 재앙으로 굴러떨어지든지 확실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이란 경제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 고사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역대 최고 수위의 제재다. 지난 8월 7일 자동차, 금, 귀금속 등의 거래를 금지하는 1차 제재를 가한 바 있지만 이번 조치는 '본 제재'로 통한다. 이란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국영석유회사(NIOC), 국영선박회사, 이란중앙은행 또는 이란 내 은행과 금융 거래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 "제재의 날 우려만큼 날카롭지 않아“

지난달 초만 해도 이란 제재를 앞둔 불안감에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6달러로 4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제재 여파가 우려했던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는 약세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 세계적인 경제 둔화 조짐도 유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3일까지 한 주 동안 브렌트유 가격은 6.6%나 떨어지며 배럴당 72달러대에 거래됐다. 10월 초 고점에 비해서는 브렌트유가 16%,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17% 각각 미끄러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8주 연속 WTI 상승에 대한 베팅을 줄였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 케튼먼 수석 전략가는 “제재의 날이 우려했던 것만큼 날카롭지 않다”면서 “올해 4분기에 사우디가 얼마나 이란산 원유 공백을 메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이란산 원유 공급의 감소 여파로 유가가 지지를 받겠지만 글로벌 경제 둔화로 원유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추세도 뚜렷하다. 밥 맥낼리 회장은 “수요 둔화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고도 내년에는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해 말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겠지만 향후 2년 안에는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내년에는 원유 수요 증가분이 일일 145만 배럴로 올해의 155만 배럴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커머디티 리서치 그룹의 앤드류 레보우 애널리스트 역시 “시장은 제재로 인한 공급 부족보다 펀더멘털 악화로 인한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