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에 난처한 日 소프트뱅크..2차 비전펀드도 불투명

2018-10-19 11:09
반사우디 정서로 비전펀드 평판 악화

[사진=로이터/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불똥이 소프트뱅크로 튀었다. 주가가 급락하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평판도 급속히 악화됐다. 비전펀드의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의 대표가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떠오른 사우디 왕실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2일 카슈끄지가 실종된 이후 18일까지 10% 넘게 떨어졌다. 추가 비전펀드의 출범도 불확실해졌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93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로, PIF가 450억 달러를 출자했었다. 출범 5개월 만에 수익률이 20%라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직접 밝힌 바 있다. 이후 손 회장은 1000억 달러 규모로 2차 비전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고, PIF는 이번에도 450억 달러를 더 투자할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카슈끄지 암살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르셀로 클라우레 소프트뱅크 COO는 17일 실리콘밸리의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2차 비전천드 출범이 확실하지 않다”면서 “구체적으로 날짜가 잡힌 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카슈끄지 실종과 관련해 “벌어지는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사우디와 관계를 맺은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단 사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암살됐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문가들은 손 회장의 전략에 취약성이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BNP파리바의 나타조라 마나 애널리스트는 FT에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비전펀드의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성장 전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기술 기업들은 카슈끄지 실종 이후 사우디와 거리 벌리기에 나섰다. 비전펀드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은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사막의 다보스’라고 불리는 사우디 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콘퍼런스에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손 회장은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디야에서 열리는 FII에서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이번 FII에서 손 회장이 어떤 내용을 전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