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3000만 시대 열자] ⑨ 대자연서 '낯선 첫 경험'…외국인 유혹하는 '레저스포츠'

2018-10-19 08:41
지역 고유환경 활용 이미지 브랜드화
민간영역 확대로 고용창출 효과 톡톡
정부 일회성 이벤트 등 소극적 지원뿐
규제 중심 관련법 완화 거시적 대안을

[강원도 양양의 서핑 명소로 인기를 누리는 '서피비치'의 모습. 사진=서민교 기자]


부산 사직야구장은 국내 팬들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명소로 꼽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인기도 한몫을 했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응원문화가 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푸른 눈의 팬들이 오렌지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장면이 아니다.

외국인들을 유혹한 건 ‘낯선 첫 경험’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특별한 경험은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레저스포츠 관광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만족도를 더욱 높여준다.

달라진 현대인의 관광 형태도 레저스포츠의 세상에 눈을 뜨게 한다.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따라 개별‧목적 관광객이 급격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자연경관만 즐기는 수동적 형태에서 오감을 이용한 체험을 선호하는 능동적 형태로 변화하면서 레저스포츠 관광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도심을 떠나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오디바이크 제공]


▲전국 방방곡곡 레저스포츠 잡아라

관광 트렌드의 변화로 레저스포츠를 콘텐츠로 하는 관광 상품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지역 자체를 레저스포츠 관광 중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다.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떠오른 레저스포츠는 각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자연환경과 맞물려 지역 이미지를 브랜드화시킬 수 있다. 지역관광이 발전하면서 민간영역의 공급이 늘어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리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국내 최고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국내 최대 관광지인 제주는 대표적인 레저스포츠 관광도시로 이미 견고한 관광브랜드를 구축했다. 골프, 승마, 자전거, 서핑‧카누‧카약 등 해양스포츠, 열기구, 패러글라이딩, 트레킹 등 다양한 레저스포츠들이 사계절 내내 동시에 펼쳐진다. 대자연의 혜택을 받은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와 음식이 어우러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올해 2월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기회로 강릉시 등 강원도 일대의 지역들은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강원도는 레저스포츠에 최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여름철 해양관광은 물론 겨울스포츠의 활성화를 통해 사계절 레저스포츠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동해 최고의 서핑 스폿으로 자리 잡은 양양은 6~9월 주말마다 서핑 문화를 오감으로 느끼기 위한 서퍼들은 물론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강원도 페이스북 팔로어가 뽑은 도내 여름 여행지 1위로 양양 하조대에 위치한 ‘서피비치’가 선정되기도 했다. 서피비치를 기획한 박준규 라온서피리조트 대표는 “해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레저·음식·페스티벌·캠핑 등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아이템과 공간을 만들어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바다 문화로 자리 잡은 결과”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상주시는 승마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고, 창원은 윈드서핑, 요트 등 각종 해양레저스포츠대회를 유치하며 해양레저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또 단양의 패러글라이딩, 울릉도의 카누‧스노클링‧낚시, 거제 한려해상의 요트‧카누‧카약 체험 등 레저스포츠 관광산업이 뜨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 담당자는 “올해는 계절별 레저스포츠 여행상품을 순차적으로 개발해 관광객들이 계절에 맞춰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레저스포츠 여행지가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도록 개발 상품을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상품만족도 조사, 상시적인 점검 및 피드백을 통해 레저스포츠 여행상품의 품질 향상과 서비스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 한담해안산책로에 위치한 바다 카약 체험장. 사진=서민교 기자]


▲ 레저스포츠 활성화 위해 규제 중심인 관련법 완화돼야

레저스포츠에 대한 욕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계류 중인 레저스포츠 산업 관련 법안에 발이 묶여 성장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레저스포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소극적인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레저스포츠는 60여개 종목으로 관련 업체는 1만5000여곳, 활동인구는 연간 4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저변이 확대되면서 관련 업체나 참여하는 수요자가 증가 추세인데 이에 따른 관련법은 허술하다. 오히려 규제 중심의 관련법이 많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가 레저스포츠, 레저관광 등을 맡고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 방안 없는 일회성 이벤트 등 소극적인 행정 지원에 그치고 있다. 바다, 강, 산 등을 관할하는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 관리지역의 관리‧감독 주체가 달라 영역 충돌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수상레저안전법, 마리나법, 항공법, 하천법 등 환경보호와 안전관리에만 초점을 맞춘 규제 중심의 관련법들이 레저스포츠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보트, 카약, 카누, 윈드서핑 등 해양 레저스포츠는 물론 산악자전거, ATV(4륜 오토바이), 번지점프, 집라인, 인라인스케이트 등 육상 레저스포츠 역시 관련법이 거의 없는 무주공산이다. 산림법, 도로교통법, 등록절차 등의 위반을 하는 사업자가 태반이다. 규제만 많고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레저스포츠 기반 확립을 위한 법안 자체가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제한적인 레저스포츠 공급은 결국 고비용 비효율의 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살아남은 일부 업체만 독점하게 되는 구조다.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행지에서 비싼 돈을 주고 시간을 투자하고도 질 낮은 상품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일회성 체험 정도로 여기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서핑 도시로 거듭난 양양은 대표적인 자생적 레저스포츠 활성화 지역이다. 서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서핑 인구가 늘어났다. 서핑 관련 업체가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상권이 살아났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지역민도 외부 유입 인구를 받아들이면서 규제도 완화되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된 결과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함께 레저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거시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지자체장의 강한 의지도 도시를 바꿀 수 있다. 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레저스포츠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문체부와 국회 등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