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책 신간]극도로 불평등한 ‘헬조선’에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당당히 외치다

2018-11-01 15:30
21세기 새로운 분배의 상상력에서 찾은 AI 시대의 해법
“합리적 분배, 인간의 최저생활 보장하고 성장 위한 마중물 역할”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사상 최악의 살인적인 취업난과 양극화가 고착화된 가운데 ‘분배’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책들이 잇따라 출판됐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21세기 분배의 상상력’(김만권 지음)은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각 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개인의 총소득을 늘려 지속 가능한 소비력을 주는 것이다. 기초자본은 국가가 성년에 이른 시민들에게 일정 정도의 자본을 목돈의 형태로 제공하는 제도다.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 한쪽에선 최저임금 1만원을 놓고 여·야와 노·사가 치열하게 싸우는데 다른 한쪽에선 ‘똘똘한 집 한 채’라는 돌풍 아래 ‘어디는 하루아침에 몇 억 올랐다더라’하는 소문이 다수를 극심한 박탈감과 좌절감에 빠뜨리는 나라,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한 나라, 극소수의 자리를 놓고 모두가 미친 듯이 경쟁에 목매는 나라, 세계 11위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면서 실업자는 113만명이 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870만명에 달하며 결식 우려 아동이 무려 33만명이나 되는 나라. 우리의 현실은 미래 세대들이 마음껏 자신의 장래를 꿈꾸기에는 너무 어둡다.
 

[사진=아주경제DB]

이런 현실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건 나쁜 일이 아니야”라고 당당히 외치는 정치철학자가 있다.

김만권은 대학에서 늘 마주하는 어린 제자들의 고통과 절망에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면서 하루빨리 ‘헬조선’에서 벗어날 해법을 강구했다. 무료 강연을 열어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이 두 분배 제안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를 짓기 위해 정말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확신을 굳히게 됐다. 이 책은 그런 열망과 소통의 산물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산업사회 시대의 중심에 ‘노동’이 있었고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탈산업 소비사회로 들어선 지금, 세상의 중심은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됐다. 더불어 점차 많은 분야의 일거리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 15시간씩 공부하고 있다”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지적에서 우리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절박하게 일하고 싶어도, 목숨 걸고 입사시험 준비를 해도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언제까지 “열심히 공부해야 돼! 좋은 대학 들어가 좋은 직장 구해야 사람대접받는 거야”라고 아이들을 내몰 것인가?

여기 이런 ‘노동하는 자만이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전통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난 분배가 있다. 이 새로운 분배는 말한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이 땅의 시민이잖아? 그 이유만으로도 넌 충분히 분배받을 자격이 있어!” 바로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이다.
 

[사진=아주경제DB]

‘술자리 경제학-풍요와 불평등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안내서’(박정환 지음)는 경쟁을 인정하면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며 분배 강화를 촉구한다.

현대 사회는 풍요로움과 불평등이 공존하는 사회다. 한쪽에선 풍요와 번영의 상징들이 넘쳐나지만 다른 한쪽에선 불평등의 어두운 그늘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제 현상의 기원을 ‘경쟁과 공존’이란 단어로 정의한다. 우리는 ‘경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그리고 경쟁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진지한 주제에 대해 술자리에서 친구와 대화하듯 허심탄회하게 나름의 대안을 털어놓는다.

이 책에 따르면 경쟁이 치열하면서 소득불평등이 높은 지금은 유럽의 19세기와 비슷하다. 경쟁이 치열해도 성장이 활발하면 경제적 불평등은 완화된다. 유럽의 19세기와 다르게 1980~1990년대의 한국이 그러했다. 이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높았고 투자가 활발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됐고 소득불평등은 낮았다.

2000년대부터 투자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경제 수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높은 자산 가격에 의지한 성장으로 한국에서 소득 격차는 확대됐다. 우리 사회는 위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성장하는 사회가 됐다. 그 결과 사람에게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현상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소득 불평등과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분배를 강화해 현재의 사회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합리적 분배는 인간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성장을 위한 마중물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