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히잡 쓰고 ‘쇼킹핫’ 주문···말레이시아 ‘치킨 한류’ 열풍

2018-10-11 05:11
네네치킨, 진출 1년 4개월만에 4호점까지 확장…연내 6호점 예정

네네치킨 말레이시아 1호점 겐팅 하이랜드점 전경 [사진=(쿠알라룸푸르) 이서우 기자]


6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프 근교. 열대우림이 우거진 산악지대 윗 공기를 케이블카가 거침없이 가로질렀다. 산 중턱부터 마치 구름처럼 짙은 안개가 끼면서 앞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안개가 걷히면서 오색찬란한 건물과 함께 저 멀리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NENE CHICKEN(네네치킨)’ 한국에서 비행기로만 6시간 30분 떨어진 이곳 말레이시아, 그 중에서도 해발 1800m 높이, 지상에서 정상까지 도로 길이만 약 25㎞에 달하는 구눙울루 칼리산 정상에 네네치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네네치킨 말레이시아 1호점이 위치한 이곳은 겐팅 하이랜드 리조트다. 말레이시아 유일한 합법 카지노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카지노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겐팅 카지노는 ‘구름 위의 라스베이거스’란 별명으로도 불린다.

오후 1시25분 네네치킨 1호점은 야외 테라스까지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매대에는 까만 히잡을 쓴 여인이 일을 하고 있었고, 역시 히잡을 두른 여인과 가족은 익숙한 듯 치킨을 주문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치킨을 먹는 모습은 종종 봤지만, 현지에서 토종 브랜드를 찾는 외국인을 보는 것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마치 닭발을 먹듯,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양념치킨을 맛있게 먹었다.

네네치킨은 2017년 6월 NNC푸드(NNC Food Industries Malaysia Sdn. Bhd)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1년 4개월 만에 현지 매장이 4호점까지 늘었다. 올해 6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네네치킨이 현지 기업에게 로열티를 받고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네네치킨 말레이시아 1호점 겐팅하이랜드점에서 손님들이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네네치킨 제공]


전날 찾은 네네치킨 말레이시아 2호점은 주거상권인 쿠알라룸푸르 동부지역의 스탈링 쇼핑몰 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에서 공휴일로 여기는 ‘금요일’이라, 쇼핑몰이 전체적으로 한산했음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 없는 네네 햄버거와 치킨랩 등도 인기를 끌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자신이 직접 챙겨온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식사하는 현지인들이 많아 만든 메뉴들이라고 했다.

이날 2호점을 방문한 레이먼드 웡(Raymond Wong) NNC 푸드 대표는 “호주에서 네네치킨 성공 사례를 보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한국 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되는 것은 케이팝, 한류다. 맛에 대한 유지나 위생에 대해서도 철저히 신경 쓰고 있어 라든가 소비자 문제 제기도 전혀 없고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2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120만원, 1호점인 겐팅하이랜드점은 그 두 배 수준인 22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특히 6~8월 성수기 때는 관광객이 몰려 매출이 급증한다.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새빨간 양념을 입힌 ‘프리킹 핫(Freaking hot) 치킨’과 ‘불고기 치킨’ 이다. 소스는 한국에서 100% 공수하고, 계육은 현지 이슬람 문화에 따라 도축한 자킴(JAKIM) 할랄 인증을 받은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들여오는 소스는 영상5도 이하의 컨테이너를 통해 냉장 유통하고 있다. 네네치킨은 추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신선도와 품질 유지를 위해 ‘소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도 닭고기를 튀긴 프라이드 치킨류는 많지만,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은 한국 치킨의 ‘맵고도 달콤한 양념’이다.

네네치킨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현지에서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통해 근거리 치킨배달을 할 계획이 있다”라며 “말레이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중동 등 할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17억명에 달한다. 이에 무슬림인구가 밀집한 중동 등은 제2의 중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네치킨 뿐만 아니라 교촌치킨, BBQ 등 여타 프랜차이즈도 할랄 식품 시장 진출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촌치킨과 BBQ는 말레이시아에 각각 7개,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네네치킨 관계자는 “아직 할랄 시장이나 말레이시아는 진출 초기 단계기 때문에 브랜드 간 경쟁보다는 ‘한국 브랜드’로서 함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네네치킨 말레이시아 현지 매장서 판매하는 치밥(치킨+밥)과 치킨버거류 [사진=네네치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