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왜 나의 삶만 팍팍한가? 체감과 다른 저물가
2018-10-04 10:33
“어렵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주부들도. “요즘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대상은 다르지만 대답은 다르지 않다. 어려운 이유들은 각자 다르겠지만, 요즘 경기를 표현하는 형용사 ‘어려운’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약 2.8% 수준을 이어오고 있는 경제성장률과는 다르게, 나의 삶은 더욱 팍팍하기만 하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상승세가 다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속도가 다르다. 기업의 생산 증가속도와 가계의 소득 증가속도가 다르다. 종합주가지수와 내가 보유한 주식종목의 가격 움직임이 다르다. 임금은 오르는데, 나의 일자리는 불안정하다. 이렇게 다양한 것들이 달리 움직이기 때문에 유독 나의 삶이 더욱 팍팍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몇 %일까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20%?”, “30%?”, “40%?”라고 자신 없는 대답을 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이다. 이러한 숫자와는 다르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월 1.0%, 8월 1.4%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8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2.0%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이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물가수준이 적정물가인 2.0%마저도 밑돌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오른 식료품들은 주로 채소다.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여름을 보내면서 채소들이 많이 말라버렸다는 소식을 우리는 익숙하게 들어왔다. 그만큼 시장에는 채소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다. 반면, 9월에 찾아온 추석 준비에 채소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공급은 부족한데 반해 수요가 증가하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가장 많이 오른 채소들 중에는 부추와 양배추가 있다. 2018년 8월 부추는 36.5%, 양배추는 34.5%로 물가가 매우 크게 상승했다. 주부들은 부추와 양배추 가격의 상승세를 ‘나의 물가지수’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당근 28.9%, 무 24.4%, 시금치 22.0%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인 식료품들이 상당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1.4%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소비자물가를 추산하는 460개의 품목들 중에서 유독 가격상승세가 높은 채소들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생활비 중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식료품 소비지출에 사용하고 있고, 고소득층은 그 밖의 오락, 문화, 교육 등 영역에 소비지출을 하고 있다. 결국 식탁물가가 상승하면, 저소득층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은 고충을 토로하지만,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만 보면 그 고충을 이해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하여 작성한 지수'라고 정의된다. 지수는 일반적으로 현실경제를 이해하고,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정책적으로 활용된다. 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바람직한 정책이 계획될 수 없는 것이다.
물가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이 아닌 ‘식탁물가 안정’이어야 한다. 물가는 이미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탁물가의 안정이 필요한 것이다. 먼저, 매년 반복되는 신선식품의 변동성을 완화해야 하겠다. 올해는 유독 추위가 일찍 온다고 한다. 수급 변동성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재고 물량을 확대하는 등 정부비축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한편, 가뭄, 한파, 폭설 등의 계절적 요인을 반영한 식탁물가 지표를 개발하고, 합리적인 물가정책을 위해 보조지표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