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정책진단-②혁신성장]'가보지 않은 길'...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혁신성장

2018-10-04 14:10
김동연 부총리, "혁신성장 성과 서서히 나타나지만 기업 기 살리기엔 아직 부족해"
중소기업의 '분수효과' 강조하는 정부, 아직은 대기업 '낙수효과 외면하진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보지 않은 길’로 대변되는 J노믹스의 혁신성장은 여전히 밑그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취임한 지 1년4개월가량이 지났지만, 혁신성장의 성과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는 데 조심스런 눈치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을 통한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부, 전문가, 재계 등 모두가 혁신성장에 대한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그간 한국경제가 단기간 고도성장을 해온 반면, 저성장을 헤쳐나갈 혁신의 경험을 충분히 쌓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병행해 취임 초기부터 혁신성장의 총대를 멨다.

혁신성장에 대한 논의는 지난 6월부터 장관회의로 격상돼 관계부처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열린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 경제팀을 질책한 영향이 크다.

이후 정부는 연이어 △수소차 보급방안 △건설산업 혁신방안 및 어촌뉴딜300 추진계획 △송파 정보통신기술(ICT) 보안 클러스터 조성 △투자유치 지원제도 개편방안 △공공기관의 혁신성장 추진계획 △혁신성장 전략투자방향 △지역밀착형 생활SOC 확충방안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 등 혁신성장 추진을 위한 계획을 내놨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말 열린 제6차 혁신성장장관회의에서 “그동안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주력해왔고, 서서히 혁신성장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정책을 추진하면서 △혁신성장 법안의 입법화 △창업 생태계 조성 △규제 혁신 △8대 선도산업의 인프라 구축 및 초기 수요창출 지원 △기업 애로 해소 등이 성과”라고 꼽았다.

그러나 '기업의 기를 살리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기업이 느끼는 3대 리스크인 △고용 △규제 △감독 등에서의 리스크 완화와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라보는 혁신성장의 성과는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발굴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경제·사회의 구조적인 악순환 등이 겹치며 일자리 실적은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산업분야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산업 의존도를 높이며 기형적인 산업지도를 그릴 뿐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각계에서 터져 나온다. 각종 경제지표에도 이미 적색등이 켜진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혁신성장을 바라보는 정부와 시장 간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김 부총리는 지난 6월 혁신성장본부를 꾸려 민·관 소통과 현장 애로사항 해소에 팔을 걷었다. 규제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혁신성장본부는 긴 호흡의 혁신성장 실현보다 눈앞의 성과 창출에 목이 마른 실정이다.

혁신성장의 바탕에 깔린 규제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이해관계자 간 갈등요소를 풀어야 하지만 한계점에 도달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주요 규제혁신안에 대해 직접 나서는 것에 의지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특히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이 돼야 한다'는 정부의 외침에도, 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형성된 혁신성장에서 민간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중소기업을 키워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분수효과'에 정부가 너무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산업환경 구조상 대기업으로부터의 '낙수효과'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정부가 정해놓고 예산을 쏟아붓는 형태였는데, 현 정부 역시 방식의 차원이라면 다를 게 없다”며 “특히 여권에서는 신기술로 인정되면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신기술을 지정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변화속도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시각이 민간 주도의 혁신성장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기술개발 추세를 보면 자본행위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분야별 융복합적인 면이 큰 만큼, 정부의 연구개발(R&D) 방향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지 등을 충분히 살펴야 할 것"이라며 "혁신성장은 상당한 노력을 쏟아부은 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급변점)'를 지나야 발현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