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정갈등 진정 국면?…"아직은 조심스럽게 접근"

2018-10-03 18:11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사진=AP/연합]


이탈리아 재정을 둘러싼 갈등이 다소 완화하면서, 3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증시가 개장과 함께 일제히 상승했다. 약세를 면치 못하던 유로화도 이날 외환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급등했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안정을 찾으면서 은행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 적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날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안에서 2020년과 2021년 적자 규모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2.2%와 2.0%로 낮출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3년 동안 적자 규모를 GDP의 2.4%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었다. 

앞서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은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는 계획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샀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1.6% 수준이던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내년 2.4%로 대폭 상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전임 행정부가 설정한 내년 재정적자 규모 0.8%에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포퓰리즘 정부가 내세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EU는 재정 부실을 우려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 채무 위기를 겪은 EU는 이탈리아발 새로운 채무 위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개별 회원국 예산안에 대한 감독권한을 가졌으나 실제로 특정 국가의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적은 없지만, 이탈리아가 그리스와 같은 위기를 맞을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뉴스(FT)는 2일 전했다. 

이같은 EU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요 인사들은 예산안을 기존대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유럽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클라우디오 보르기 하원 예산위원장은 지난 2일 현지공영 RAI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자체 통화를 가지고 있을 경우엔 현재 제기된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유로존 탈퇴를 언급하면서 시장을 자극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나오면서 이탈리아와 독일 10년물 국채 스프레드는 한때 300bp까지 넘으면서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는 유로존 탈퇴 계획이 없다면서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탈리아 국채가 급락하고 주식시장도 크게 충격을 받자 이탈리아 정부는 기존의 예산안 계획을 수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 이탈리아 시장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스케방크의 피에트 크리스티안센 선임 애널리스트는 3일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진정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탈리아 매수는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