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10주기]최진실의 10가지 진실-(5)최초의 혓바닥은 사라졌고 유포자들은 가볍게 처벌받다

2018-10-03 08:30

10년이 지난 지금 냉정히 돌이켜보면, 최진실을 죽인 건, 형체도 없고 근거도 알 수 없는 소문들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문을 만들어낸 혓바닥과 소문을 덧붙이고 퍼다나른 메신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3가지의 치명적인 소문과 댓글에 시달렸습니다.
 

[생전의 최진실. 2006년 12월19일 방송드라마 제작보고회에 주연배우로 참석한 그녀. = 연합뉴스]



첫째는 매니저 배병수 살해 사건입니다. 살해범 전모씨는 누군가의 사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고 그 스스로에겐 살해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무책임한 추측들이 난무하게 된 것입니다. 최진실은 이런 과정에서 끝도 없고 답도 없는 '해명의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가장 나쁜 지레짐작들이 그녀를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두번째는 남편과의 이혼 과정에서 자신을 유책배우자로 몰아가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유책배우자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이혼사유가 되는 행동을 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부정한 행위를 했거나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버렸거나, 배우자나 직계존속에게 심히 부당한 행위를 했을 때 유책배우자가 됩니다. 최진실은 자신에게 이런 혐의를 덮어 씌우려는 기도에 대해 강경하게 맞서 싸운 바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악의적인 소문과 댓글에 시달린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세번째는 배우 안재환의 죽음과 관련한 소문들입니다. 친구인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이었던 안재환은 2008년 9월8일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그의 자살에 대해 최진실은 몹시 슬퍼했죠. 정선희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입들은, 최진실의 '슬픔'에 이유를 매달기 시작했습니다. 안재환의 죽음에 최진실이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그 '연루'의 내용은, 최진실이 안재환에게 거액을 빌려주었다는 것이었죠. 인터넷에 근거없는 말들이 번지더니 언론들까지 경쟁적으로 '인터넷 소문'을 인용해 추측기사를 썼습니다. 2008년 9월 최진실은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이 사건을 의뢰했습니다. 포털 연관검색어에 '안재환'과 '사채'가 언급되는 것을 보고 해당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죠.

2008년 9월28일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백모 여성(당시 25세)이 경찰에 출두해 피의자 진술을 합니다. 이 여성은 이날 저녁 최진실에게 전화를 해서 '선처'를 요구했죠. 이 전화를 받은 뒤 최진실은 오히려 두려움을 느낍니다. 어떻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가 무서웠다고 합니다. 이후 경찰 조사결과, 허위사실 유포의 근원지는 증권가 사설정보지로 밝혀졌습니다. 최초 유포자는 찾지 못했죠.

백모여성은 어딘가에서 받은 쪽지를 150여명에게 재전송한 사람이었습니다. 경찰은 100여명에게 유포한 또다른 백모남성(35세)를 찾아냈죠. 2009년 6월16일, 이 두 사람에게 법원은 징역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합니다. 백모 남성은 항소를 했고, 그에게는 벌금 4천만원이 선고됩니다.

악의에 찬 소문과 꼬리를 문 댓글들로 최진실의 모친과 동생, 아들과 딸까지 아마어마한 고통을 겪습니다.항소심을 담당했던 최완주 부장판사는 백모씨에게 벌금형 선고를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쪽지를 최초에 작성한 사람이 밝혀지지 않았고, 언론을 통해 확대된 점 등에서 최진실씨의 자살에 대한 결과까지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최진실은 죽음 이틀전인 2008년 9월30일, 친구 김재우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이 고통은 아무도 몰라. 그냥 최진실이 누렸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놓고 싶을 정도로 너무도 아파 미치겠어."

최진실의 자살에 대한 결과까지 소문유포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 그리고 죽기 이틀전에 최진실이 뱉은 말 속에 들어있는 치명적인 사인(死因). 그렇다면 최진실은 누가 죽인 것입니까. 자연사인가요.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