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규택지지정 일주일 후…성동구치소·개포 재건마을 가보니
2018-09-30 15:10
30일 찾은 송파구 가락동 162번지 일대 옛 성동구치소와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일대 개포 재건마을 분위기는 지난 21일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를 전후해 혼란스러웠던 것과 달리 대체로 조용했다. 성동구치소 인근 주민들은 시가 일부 부지에 교육문화 복합시설과 청년창업시설을 들이고 전 가구를 임대 없이 100% 분양으로만 공급할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불만이 잠잠해졌다. 재건마을 인근 주민들도 낙후된 동네가 정비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재건마을 거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거론돼온 마을 개발에 대해 서울시와 논의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며 말을 아꼈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는 지하철 3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오금역과 가깝고 오금공원과 가락근린공원도 인접해 있어 정부 발표 이전부터 신규공공택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곳이다. 서울시는 5만2000㎡에 달하는 이곳 부지에 1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700가구는 신혼희망타운으로, 나머지 600가구는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신혼희망타운은 본래 임대형과 분양형으로 구분되지만, 시는 성동구치소 부지엔 임대형을 제외한 분양형만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100% 분양주택이 지어진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다. 성동구치소 인근의 G중개업소 대표는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까봐 우려했고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자기 자녀들과 섞이는 걸 원치 않았다”면서 “지금은 임대가 안 들어오게 됐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공공주택 이외 부지 6000㎡에 지역 발전을 위한 교육문화 복합시설과 청년창업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7년 개소 이래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성동구치소가 문정지구로 이전된 후 지역 주민들은 옛 성동구치소 부지가 이번만큼은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개포 재건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강남 도심 개발에 밀려 오갈 데 없어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이뤄진 무허가 판자촌이다. 총면적 1만3000여㎡인 이곳은 주택 340가구가 나오는 소형 택지로 옛 성동구치소 부지보다는 작다. 하지만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이 1㎞ 이내에 있고 양재천 등이 가까워 신규 택지로 지정됐다. 판자촌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도 이곳 택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건마을은 2011년 마을 초등학생의 불장난으로 전체 96가구 중 74가구가 불에 타면서 폐허처럼 방치된 상태다.
재건마을 인근의 H중개업소 대표는 “판자촌 옆 빌라 주민들은 재건마을에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주변도 함께 개발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재건마을 주민들 사이에선 냉소적인 분위기도 감지됐다. 재건마을회장을 맡고 있다는 주민 C씨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시와 이 지역 개발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시에 제의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개발 얘기가 나오는 것을 환영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