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껍질 서리' 하다 딱 걸린 고양이

2018-09-22 12:00

"오늘 큰 집사는 알밤을 까는 데 여념이 없다.
 
작은 집사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송편을 만든다고 송편 소를 준비해간다는데, 초보 엄마답지 않게 능숙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안 되겠다. 딸내미를 불러서 함께 방해해야겠다."

"딸아, 오늘은 큰 집사를 방해..아니 사냥 연습을 해보자꾸나"

[노트펫]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음은 들뜨고 할 일은 많아지는 시기에 귀여운 고양이들의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초희 씨는 지난 19일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영상을 포함한 글을 게재했다. 본문에는 "슥슥슥 밤껍질 서리, 껍질은 왜 가져가는 거야"라며 이해할 수 없는 고양이들의 엉뚱함을 표현했다.



영상 속 갈색 고양이는 3살 난 포리, 하얀 고양이는 1살 난 포리의 딸 돼지다.

두 고양이는 집사가 알밤 까는 모습이 신기한지 자세를 낮춘 채 기웃거린다. 칼질 몇 번에 쏙 벗겨진 껍질만 쌓여가고 알맹이는 어디로 도망간 모양이 신기할 만도 하다.

"집사야~ 엄마랑 나랑 하나씩만 나눠가질게~"

그러던 중 돼지가 방해 공작에 나선다.

밤껍질이 사라진 걸 집사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앞발로 살살 긁어 딱 두 개만 갖고 간다. 하나는 내(돼지) 거, 하나는 엄마(포리) 거다. 고양이는 은혜를 모른다는 옛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오랜 만에 효심을 발휘했건만 눈치 없는 집사가 금세 밤껍질을 빼앗아 다시 신문지 위로 올리면서 돼지의 효도는 허무하게 끝난다.

밤껍질 서리를 실패한 뒤 고양이 모녀가 머리를 맞대고 회의 중이다.

초희 씨는 포리에게 집사 이전에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포리가 길냥이 출신은 아니지만, 초희 씨를 만나기 전까지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초희 씨는 포리를 입양하면서 예방접종과 여러 검사를 위해 동물병원을 찾았다. 수의사는 포리를 살펴보더니 귀가 더럽고 영양실조에 링웜까지 걸려있다며 다시 돌려보내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품에 꼭 안고 온 아이를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되돌려보낸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끝에 포리를 말끔히 치료하고 키우게 됐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포리는 때때로 가출을 하며 초희 씨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한다고.

하루는 휴일을 맞아 집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가 윗집 주민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사정을 들어보니 윗집에 잠입한 것도 모자라 싱크대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얘들은 365일 연휴다.

초희 씨는 "포리와 돼지 둘 다 호기심이 많은 친구들이어서 가끔 생각지도 못한 말썽을 부린다"면서도 "평소에는 너무 앙증맞고 귀엽기만 하다"고 말했다.

5일짜리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랜 만에 온 가족이 모여있을 5일간 포리와 돼지가 초희 씨 가족에게 어떤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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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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