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남북 화해 모드에 기업들이 웃는 이유는?

2018-09-21 00:00

[평양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남측 경제인들과 공공기업 대표들이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등 북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에만 벌써 세 번이나 만나면서 정치권과 기업, 국민들의 영구적 평화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남북 관계개선으로 따라올 경제적 효과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방북 수행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리더들이 총출동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남북 화해 모드’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다들 말하지만 막연하기만 합니다. 실제 어떤 점들이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기업들에 기회를 가져다줄지 짚어보겠습니다.

Q.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정말 해소될까요?

A. 코리아디스카운트란 성장성, 유동성, 수익성 등의 측면에서 유사한 우리나라 기업과 외국 기업을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증거로 활용됩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남북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요인입니다. 즉 남북이 영국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지금보다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Q.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나요?

A. 남북 경협의 확대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가장 큰 논거로 남북 8000만명 시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듭니다. 사실 5000만명 정도의 국내 시장은 기업들이 자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에서도 국내에서처럼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이 남북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장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자원이 결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과 정보 통신 강국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인 남북 경협 효과에 대한 수치는 없나요?

A.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그에 따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북경제가 통합될 경우 5년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이 0.81% 포인트 추가 상승하고, 같은 기간 12만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Q. 기업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요인이 있을까요?

A. 일단 가장 빠른 가시적인 효과는 기존에 대북 사업을 했던 현대그룹에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올해 첫 남북정상 회담이 있었던 지난 4월부터 '비상대응 체제'를 갖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템·두산인프라코어 등 남북 접경지역 개발과 남북한 교통연결 등 기반 산업 조성에 관련된 업종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산 유연탄 도입 확대와 러시아산 가스 배관 설치 등에 필요한 내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업계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선업계에서는 2007년 남·북·러 합작으로 추진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부활도 점치고 있습니다. 나진-하산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등을 골자로 한 복합 물류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에서 포스코·코레일·현대상선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2016년 북핵 문제로 협상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밖에 전자·항공업계 등에서도 남북 관계의 개선으로 유·무형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Q. 특히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국내 재계 1위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직접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내 재계의 '맏형'격인 삼성은 그동안 대부분의 사업영역에서 선도적 행보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유독 대북사업 측면에서는 북한과 인연이 많지 않았습니다. 일단 그룹 총수가 북한 땅을 처음 밟는 시기도 다른 대기업보다 늦었습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에는 당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윤종용 부회장이 방북길에 올랐습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첫 방북으로 삼성도 현대처럼 대북사업의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일지에 재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벌써부터 건설·조선·상사·바이오·광고 등 검토해볼 만한 대북사업 시나리오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CNN도 이 부회장의 방북을 조명하면서 "남북한 경제가 연결되고, 한국이 아시아 대륙과 연결될 수 있는 육로가 생기고, 수익성이 높은 무역과 인프라가 개방될 수 있는 계획들을 문재인 정권이 제시했다"며 "이런 계획은 결국 삼성과 다른 재벌들에도 (사업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Q.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까요?

A. 단기적으로는 일각에서 우려도 있습니다. 우선 삼성이나 현대 등은 글로벌 기업으로 주주들 대부분이 외국인입니다. 밖에서 볼 때는 이들 기업의 북한 투자가 너무 정치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조 단위의 자금을 땅 매입에 썼던 현대가 투자자들로부터 한때 외면받은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또한 영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남북 경제협력은 국내 기업의 막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적인 문제들로 인해 남북 경협이 중단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남측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2013년에는 키-리졸브 훈련으로 북한 개성공단 가동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이어 2016년에는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개성공단이 멈춰섰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