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코카콜라vs펩시’… ‘홍색 캔 전쟁’ 6년만에 종결

2018-09-13 06:30

중국 양대 '량차' 브랜드 자둬바오(왼쪽)와 왕라오지(오른쪽) [사진=바이두]


‘홍색 캔 전쟁’으로 불리던 중국 건강음료 ‘량차(凉茶)’의 양대 브랜드 왕라오지(王老吉)와 자둬바오(加多寶)의 법정 싸움이 6년 만에 완전히 종결됐다. 수 차례에 걸친 재심 끝에 두 회사 모두 브랜드의 상징과 같은 붉은색 캔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일 자둬바오를 생산하는 훙다오(鴻道)그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왕라오지를 소유한 광저우의약(廣州醫藥)그룹(이하 광약그룹)과의 홍색 캔 논쟁 관련 소식을 공개했다고 중국 경제전문지인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이 10일 보도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광약그룹의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관련 조건이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재심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기각 이유다.

지난해 최고인민법원은 광약그룹과 훙다오그룹 간의 분쟁과 관련해 양측 회사의 개발 공로를 모두 인정해 왕라오지와 자워바오 모두 붉은색 캔 포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훙다오그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당시 광약그룹은 이 결정에 불복, 재심을 청구했으나 항소가 기각된 것이다. 그렇다면 6년에 걸친 두 회사의 기나긴 싸움은 어떻게 시작 된 것일까.

지금은 ‘세기의 라이벌’인 두 회사는 본래 합작 회사였다. 1997년 훙다오는 광약그룹으로부터 왕라오지 상표권을 15년간 중국 대륙에서 독점 운영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대신 매년 450만 위안에서 506만 위안(약 7억3000만~8억3000만원)의 상표 사용료를 지불했다.

상표권을 취득한 훙다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붉은색 포장 용기를 사용하고 더위와 갈증을 해소해주는 량차의 효능을 강조한 문구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효과는 ‘대박’이였다. 매출액이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을 돌파, 코카콜라를 넘어 중국 캔 음료 시장 1위를 차지했다.

훙다오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던 광약그룹은 2010년 돌연 “자둬바오와 더 이상 합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훙다오의 왕라오지 상표권 운영 연장 계약을 거절한 것.

두 회사는 상표분쟁을 벌였고 2012년 5월 중국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가 훙다오그룹에 더 이상 왕라오지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고 판결하면서 분쟁은 종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해 훙다오가 자둬바오라는 이름의 량차를 출시하면서 홍색 캔 전쟁이 시작됐다. 자둬바오가 왕라오지와 매우 흡사한 홍색 캔 포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붉은색 캔 포장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쌍방간 소송을 제기했다. 광약그룹은 자둬바오가 왕라오지 고유의 홍색 캔 포장에 대한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훙다오는 해당 디자인은 훙다오가 광약그룹에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첫번째 판결은 광약그룹의 승리였다. 광둥성 고등법원은 훙다오가 유사포장으로 광약그룹에 입힌 경제적 손해액(1억500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자둬바오는 캔 용기를 노란색으로 변경했지만 항소를 제기했다.

이후 2017년 8월 양측 모두 붉은색 캔 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최고인민법원의 판결에 광약그룹이 다시 한번 항소를 제기했고, 이 항소가 지난 7일 기각되면서 긴 싸움은 끝을 맺었다. 

훙다오그룹은 "이번 판결로 자둬바오는 명예롭게 붉은 캔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