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개선’ 빠진 경제진단…“빠른 하락 위험은 없어”

2018-09-11 12:00
내수 증가세 약화돼 고용도 위축…수출 증가세는 유지
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소비심리 하락 요인 상존

[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주춤하고 있지만 수출 증가세가 이어져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이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수출 증가세가 유지돼 빠른 경기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KDI의 경제동향에 포함된 ‘경기 개선’이라는 표현이 이달에 빠지며, 사실상 ‘경기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KDI는 “투자 관련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며 “소비 관련 지표가 다소 회복됐지만, 내수 개선을 견인하기엔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7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0.3%→8.4%)가 반등했음에도, 기계류(-19.4%→-17%)가 크게 감소하면서 10.4% 뒷걸음질쳤다. 설비투자는 전달(-14.7%)에 이어 두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은 마이너스가 이어지는 데다 감소폭마저 커지고 있다. 6월 32% 감소한 데 이어 7월과 8월 각각 43.3%, 66.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건설기성의 경우 7%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토목부문과 함께 건축부문의 투자 감소세가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라는 상방요인과 소비자심리 하락이라는 하방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7월 6% 증가했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기저효과 등으로 승용차(15.9%)가 크게 증가하면서 내구재가 전달(1.8%)에 비해 증가폭(7.7%)이 확대됐다. 비내구재와 준내구재도 각각 4.5%, 7.8% 증가했다.

반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101.0)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한 99.2를 기록해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진 것은 17개월 만이다.

KDI는 “소매판매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소비자심리 하락 등 향후 소비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가 불안하게 유지되자, 고용상황도 악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7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만 해도 취업자 수는 10만6000명이었다. 제조업 고용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크게 줄어서다.

근로시간 단축(68시간→52시간)이 시행되며 주 45시간 이상 취업자 비중이 전년 동월 대비 7.9% 포인트 감소했다.

KDI는 “다만,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7월 전 산업생산은 전월(0.2%)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1.2%를 기록했다.

8월 수출은 8.7% 증가해 전달(6.2%)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수출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대체로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KDI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해도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생산 측면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