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2 메르스 악몽' 차단 주력…달라진 3년

2018-09-10 18:04
정부·민간 기관, 감염차단·정보공개·감시확대로 조기대응…향후 2주 내 성과 판가름

[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사이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강타했다. 2015년 38명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경제 위기까지 일으켰던 감염병이 재등장하면서 사태 확산에 대한 국민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는 2015년과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민간 기관 대응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면서 전문가 사이에서도 조기 차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감염 가능성에 대한 여론 속 불안감도 비교적 차분하다. 최초 감염자로부터 노출된 밀접 접촉자가 빠르게 격리됐고, 최초 감염자 입국부터 확진까지 과정에서 바이러스 감염 경로를 통제하는 데 비교적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국 시 검역 체계에서 조기 차단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개선돼야 할 문제로 남는다. 만일 2번 환자가 나온다면 검역 체계 취약점이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은 적잖다.

◆메르스 조기 적극 대응으로 2015년 사태 되풀이 피해
메르스 확진 판정이 있기 전인 지난 7일 오후 7시경 삼성서울병원은 환자가 내원하기 전 증상과 중동 체류 사실 등을 확인한 후, 선별 진료소 내 음압병상에서 진료했다. 담당한 의료진은 4명이었고, 다른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을 제거했다. 설사로 입원한 환자는 입원 전후부터 발열·가래·폐렴 증상도 나타났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오후 9시 34분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의심환자를 보고받은 후 이날 밤 11시 40여분에 보건소 음압 앰뷸런스로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환자를 이송·검사했다. 앰뷸런스 운전자와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모두 개인보호구를 착용했다. 이러한 민간·정부 대응체계는 2015년 사태 이후 마련됐다.

이후 대응도 주목된다. 지난 8일 오후 4시경 질본은 의심환자가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된 후 바로 공표했다. 공표 과정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거친 국가와 이동경로, 대응 상황 등을 모두 공개했다.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 환자와 의심환자가 다녀간 의료기관에 대한 공개 요구가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약 20일간 정보 차단과 정보 제공 최소화 입장을 고수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접촉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됐다. 질본과 서울시는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 직후 항공기와 방문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접촉자를 확인했고, ‘밀접 접촉자’(2m 이내 접촉 등) 21명을 확보해 곧바로 자택격리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감염 가능성이 낮은 ‘일상 접촉자’ 400여명에 대해서도 능동감시를 진행키로 했다. 일상 접촉자인 한 영국 여성(24)이 미열·콧물·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자,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실을 통해 음성 판정을 확정짓기도 했다.

메르스 바이러스 특징도 짚어볼 만하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등 일부 바이러스와 달리 공기 중에 떠다니지 않고, 주로 감염자 호흡기 질환을 통해 외부로 퍼져나간다. 이번 환자의 경우 검역 단계에서 호흡기 증상과 발열이 없었다. 또 메르스는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는 잠복기 상태라면 전파력이 없다. 이번 메르스 환자와의 밀접 접촉자 22명 중 증상이 있는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자택격리된 상태로 정부 능동감시에 있다.

◆해외감염병 검역 취약점 드러나··· 개선 불가피
다만 입국 과정에서 메르스 감염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만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들르지 않고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과 약국을 찾은 후 직장과 공공장소 등까지 오고간 뒤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밀접 접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이 사이에 2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면 사태 수습은 까다로워진다. 2차 감염자는 해외 여행력이 없어 메르스로 진단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현 검역체계와 메르스대응지침에 따르면, ‘의심환자’ 정의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서 중동지역을 방문한 자 등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과도 같다. 때문에 검역단계에서 호흡기 증상과 발열, 낙타 접촉 여부 등을 확인했지만, 당시 환자는 메르스 의심환자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설사 증상만으로도 의심환자로 분류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2주간은 안심하기 이르다. 메르스 최대 잠복기는 감염 후 14일이다. 입국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격리되기까지 노출 과정은 분명히 존재했다. 환자가 거친 공항과 개인 리무진에서 불특정된 접촉자가 있을 수도 있다. 정부·민간 기관은 사태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사태가 완전히 종료되기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 속에 초기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다만 공항 검역 단계에서는 걸러지지 않았던 만큼, 2015년과 같은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선 보다 세심한 검역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