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HNA그룹…부채 고삐죄기 효과내나

2018-09-02 12:13
2005년 이후 첫 부채 감소…전년말比 9.5%↓
여전히 아시아 非금융회사 부채 1위 기업…투자 신뢰 회복까지 갈 길 멀어

중국 베이징 HNA 그룹 사옥 전면에 오성홍기가 내걸려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금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중국 HNA(海航·하이항)그룹이 올 들어 매진해 온 부채 감축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NA그룹이 최근 발표한 상반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전체 부채 총액이 지난해말과 비교해 9.5% 줄어든 790억 달러(약 88조28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부채액을 기록한 지난해 말과 비교해 83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HNA그룹 부채가 줄어든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HNA 그룹은 2015년부터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불려나갔다. 지난 3년간 힐튼호텔, 도이체방크 등 은행, 부동산, 호텔, 영화사 등 무려 400억 달러(약 43조원)어치의 자산을 사들이며 글로벌 'M&A 포식자'로 불렸다.

하지만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 유착 논란, 공격적인 M&A에 따른 부채 급증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중국 당국의 감시망에 올랐다. 특히 최근 중국 당국의 금융규제 강화 속에 심각한 자금난을 겪던 HNA그룹은 올 들어 부채 감축에 주력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하이항그룹은 심각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 들어서만 힐튼 호텔 등 170억 달러어치 자산을 매각했다. 항공기 임대그룹 아볼론 홀딩스 지분과 래디슨호텔 지분도 현재 처분 단계에 놓여있다. 이밖에 미국 뉴욕·런던에 보유한 부동산 자산도 매물로 내놓았다.
 

[자료=블룸버그통신]


앞서 중국 지도부도 HNA 그룹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처하지 않도록 각 국유은행에 대출을 계속 내주도록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HNA 그룹이 정상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HNA 그룹은 여전히 아시아 비(非) 금융권 기업 중 부채액수로 1위다.  보유한 현금및 현금성 자산, 단기투자자산도 지난해 말보다 줄어든 1281억 위안(약 20조9000억원)으로, 단기부채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비록 HNA 그룹이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였지만, 시장 투자자들의 신임을 얻기까지는 더 많은 '다이어트(부채 감축)'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엔 HNA그룹 공동 창업주 중 한명인 왕젠(王健) 회장이 프랑스 여행 도중 실족사하면서 그룹 경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HNA 그룹 또 다른 공동창업자 천펑(陳峰) 회장은 최근 자기 아들과 조카를 그룹 경영 핵심 자리에 포진시키며 오너체제를 강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