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북핵 '중국책임론', 환구시보 "악랄한 논리, 남 탓 마라"

2018-08-31 09:26
환구시보 사평 "미국 스스로 비춰 중국 판단, 中 한반도 비핵화 의지 강렬"
중국 외교부 "사실 왜곡, 미안하지만 책임 전가 받아들일 수 없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북한이 중국에게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다시 '중국책임론'을 제기하자 중국 측은 "무책임하고 악랄한 논리"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0일 '순조롭지 않은 한반도 문제 해결로 중국 비난, 매우 악랄한 논리'라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중국이 미국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없애려면 미국이 스스로 국제적인 도의를 지키고 중국의 국가적 이익을 침범하지 않으며 스스로 보다 공정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책임론과 함께 북한과의 문제 중 일부가 중국과의 무역분쟁 때문에 생긴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답이다.

신문은 "북미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미국의 공이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중국을 언급하는 것이 대국관계에 맞는 태도냐"고 비판했다. 또, "최근 미국이 B-52 폭격기를 남중국해에 띄우고 대만 문제에도 중국이 수용하기 힘든 태도를 보이는데 혹시 이러한 수단으로 무역전쟁과 관련해 오히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중국이 이러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미국에 언급한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북한 로드맵을 끝까지 추진할 자신이 그렇게 없느냐면서 "만약 자신감이 있다면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는다고 '하늘을 원망하고 다른 사람을 탓'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중국 학자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수 차례 트윗 발언으로 중간선거를 크게 우려하고 있음이 엿보인다"면서 "앞서 트럼프가 미국 대중에게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낙관해왔는데 최근 북·미협상이 지연되자 공화당 선거결과에 악영향을 줄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또 다른 배경을 꼬집었다.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의 급진적인 대내외 정책 추진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고 이는 탄핵을 추진하는 세력에 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는 의지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강렬하다고도 했다. 중국은 한반도의 이웃국으로 오랜기간 북한의 핵도발로 우려해왔고 최근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자 한반도에 인접한 동북지역 주민들이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며 한반도가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는 "미·중 무역전쟁은 그야말로 무역전쟁일 뿐"이라며 "다른 압박 수단으로 무역 자체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지 않기를 중국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데 미국이야말로 이처럼 '비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어서 스스로에 비춰 상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국 외교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즉각 정면 반박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 측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미국의 이런 식의 논리는 세계 최고로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최근 며칠간 중국은 이미 수 차례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책과 입장을 밝혔고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중국의 외교정책은 명확하고 일관되며 강력한 안정성과 연속성을 갖추고 있음을 말한다"며 "중국은 미국이 신용을 중시하고 약속을 지켜 정치적 프로세스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