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정체성' 강화하는 野…'협치 모드' 들어선 與

2018-08-28 17:01
이해찬, 박정희 묘역 참배 이어 29일 구미 현장 최고위원회의
文정부 '국가주의' 비판 김병준 이어 '공화주의' 꺼내든 김무성

2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대표가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 이후 여야 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강성'으로 분류되는 이 대표의 선출로 이념적 대립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이 대표는 되려 '협치'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새로운 가치와 이념을 찾아나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엔 김무성 전 대표가 공화주의를 꺼내들며 이념적 토대를 굳건히 하려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28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묘지라는 이름을 빼고 민주현충원으로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방명록에는 "민주주의는 영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오후엔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형식과 의제에 구애 없이 5당 대표들이 한 번 모여서 격의없이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제안을 받아들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다시 한 번 '협치'를 전제로 한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이 대표는 오는 29일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를 방문해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보다 영남을 먼저 찾아가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27일)에는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이 대표는 이승만·박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하며 '협치'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보수·진보와 영·호남이라는 이념·지역적 기반을 뛰어넘은 '통합' 행보로 읽힌다. 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PK·TK에 뿌리를 내린 만큼 당세를 보다 확장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당은 이념적 기반을 강화해 대여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주의'를 꺼내들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김무성 전 대표가 '공화주의'라는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전날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한다'는 세미나를 열었다. 김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보수가 궤멸됐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의 위기에 처해있으며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는 얘길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보수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방향을 정립하고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민주주의는 자칫 중우정치로 흐를 수 있다"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가 권리의 성격이 강하다면, 정의와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는 책임과 의무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뤄갈 때 시민사회가 건강해지고 국가는 안정과 번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화주의 정신을 망각한 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건강보험료 인상 등 논란이 많은 정책을 독단적으로 강행했다"며 "그 결과 서민들이 더욱 힘들어지는 총체적 민생 난국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화주의는 이러한 국정 독주를 막고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잘 반영함으로써 서로의 갈등을 더 잘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자리한 김 비대위원장은 다시 한 번 국가주의의 폐해를 비판했다. 그는 "국가가 정말 개입해야 할 때나 개입해야 하지 않을 때나 제 마음대로 개입한다. 관료권력이나 정치권력이 완장을 차고 개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관행들이 우리 국가를 좀먹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와서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국가주의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권력행사가 지나치게 대중영합주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권력행사가 폐쇄적이고 폐권주의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