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수일가, 지분 4%로 52개 대기업 자산 ‘1744조원’ 지배

2018-08-27 17:00
10대 그룹 총수 지분 0.8%…대림‧SK는 0.02%-0.03%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 376개…효성 27개로 최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총수일가가 불과 4%의 지분으로 자산총액 규모가 1734조원에 달하는 52개 대기업을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730조원보다 많다.

총수일가는 지분율이 낮지만 계열회사 출자를 통해 전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다. 상위 10대 그룹의 최근 20년간 추세를 보면,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율은 낮아진 반면 계열회사 지분율은 크게 증가한 모습이 뚜렷하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의식해서인지, 이 규정을 적용받는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는 출자변동이 미미했다. 반면 미적용 대상인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는 출자 규모가 급증했다.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회사는 376개사로 조사됐다. 이 중 효성이 27개사로 가장 많은 ‘사각지대’ 회사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0.8% 총수 지분에 지배받는 국내 10대 그룹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지정된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 분석 자료를 27일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60개 공시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8.8%로 전년보다 0.1% 포인트 감소했다. 공시집단 중 총수 있는 집단 52개의 내부지분율은 57.9%로, 전년보다 0.1% 포인트 감소했다.

단,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2014년 54.7%에서 2016년 57.3%로 올랐고, 지난해 58%를 기록해 증가추세다.

내부지분율은 계열회사 전체 자본금 중 동일인과 동일인 관련자(친족, 임원,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등)가 보유한 주식가액 비중이다. 내부지분율이 높을수록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대체로 4%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열회사 지분율은 2014년 48.3%에서 올해 50.9%로 올라 대조를 보였다.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을 보면 이런 추세는 더 뚜렷하다. 1999년 이들 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1.8%에서 올해 0.8%까지 낮아졌다. 반면 계열회사 지분율은 같은 기간 46.6%에서 55.2%로 증가했다.

10대 그룹 중 총수 지분율은 대림 0.02%, SK 0.03%, 태영은 0.05%에 불과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일가가 4% 수준의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에 힘입어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52개 총수 있는 집단의 자산총액은 174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100.8%에 달하며 경제력 집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유와 지배력 간 괴리가 과도해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이나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2개 집단 중 31개 집단이 총 186개의 금융보험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12개 집단 소속 29개 금융보험사가 32개 비금융계열사에 출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거래법상 의결권을 제한받는 자산 10조원 이상 상출집단 소속 금융보험사는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작년보다 22.5% 증가했다.

반면 미적용 대상인 공시집단은 144.6% 증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컸다. 공정위가 금융보험사 의결권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다.

[사진=이경태 기자]


◆사익편취 규제 교묘히 피한 ‘사각지대’ 회사 376개사··· 효성 27개로 최다

52개 집단에 소속된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는 231개로 전년보다 4개 증가했다. 총수일가는 이들 회사에 평균 5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출집단(104개)보다 공시집단(127개) 소속이 더 많았다.

공정위는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 이외에, 47개 집단에 376개사가 ‘사각지대’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사각지대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30% 미만인 상장사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는 자회사다.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 기준은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30%(비상장 20%) 이상이어야 한다.

이 중 총수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는 349개사다. 349개사 중 100% 완전 자회사는 220개사에 달한다.

‘사각지대’ 회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그룹은 효성(27개사)이다. 이어 유진‧넷마블이 21개사로 뒤를 이었고, 중흥건설(19개사)과 호반건설(18개사)도 많은 편에 속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퇴출위기에 놓인 조현준 효성 회장의 개인회사에 그룹 차원에서 이익을 몰아준 것을 총수일가 사익편취로 보고 조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효성‧중흥건설‧호반건설은 사익편취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회사도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이다. 중흥건설은 35개사, 호반건설은 16개사, 효성은 15개사다.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가 적은 집단은 삼성‧신세계‧두산‧한진‧금호아시아나로, 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