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광고천재 이제석 "광고인은 의뢰인의 생각을 풀어내는 통역자"
2018-08-27 12:16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 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고인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광고 천재라 불리는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의 이미지 중심의 파격적인 공익광고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는 광고 천재 이제석 대표의 광고 이야기입니다.
Q. '광고 천재'라는 타이틀이 붙기 전까지 이제석 대표는 '루저'로 불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광고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광고 천재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 주변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A. 광고 천재라는 표현은 호불호가 있어요.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쩌면 그런 수식어가 거품일 수도 있겠죠. 광고 천재는 제가 만든 건 아니고 한 기자가 붙여준 수식어인데, 광고 분야에서만큼은 자기 자신을 광고하는 것을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그런 말을 썼더라고요. '그가 광고 천재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그렇게 알려졌다면 광고인으로서 성공한 것이다'. 광고쟁이가 '스스로 광고한 것'에 대해 셀프 프로모션이라고 본 것이죠.
Q. 지금까지 만들었던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의미가 있는 광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다 보니 몇 개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극적인 만남과 극적인 결과물이 기억납니다.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낼 때가 가장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보수적일 것이다고 생각하는 공무원과 공공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룰을 파괴하는 사람과 룰을 고수하는 사람의 만남이랄까? 그다지 창조적이지 않고 광고를 잘 하지도 않을 것 같은 단체와 의외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광고를 많이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경찰 부엉이, 국가보훈처 어린이, 소방서 소화기, 선사유적공원 돌도끼 작품, 옥수수 미사일 등이 있었죠.
Q.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나요?
A. 소재는 항상 클라이언트가 제공합니다. 문제 속에 답이 있고 저는 그저 통역자일뿐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런 걸 하고 싶다'라고 구체적인 답을 이미 갖고 있어요. 저는 그걸 듣고 저만의 방식대로 풀어서 통역을 하는 것이죠. 미술 작가처럼 제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남의 것을 저희의 언어로 통역해서 만들어주는 것이죠. 제가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일단 듣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뭔지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에요.
일단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본인 스스로가 모르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 경우는 저희가 알아내야 하는 것이죠. 완전하게 그 사람이 돼 보는 겁니다. 의뢰인한테 받는 경우는 100% 의뢰인 입장에서 그의 욕망과 주장을 들어요.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제가 너무 몰입하면 설득이 되기도 하고 빙의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클라이언트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아서, 제 자의식까지도 바뀌는 경우가 있어요.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그리고 사고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기도 합니다. 너무 연기에 몰입하다가 미치거나 자살하는 연기자도 있으니까요.
A. 광고 천재라는 표현은 호불호가 있어요.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쩌면 그런 수식어가 거품일 수도 있겠죠. 광고 천재는 제가 만든 건 아니고 한 기자가 붙여준 수식어인데, 광고 분야에서만큼은 자기 자신을 광고하는 것을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그런 말을 썼더라고요. '그가 광고 천재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그렇게 알려졌다면 광고인으로서 성공한 것이다'. 광고쟁이가 '스스로 광고한 것'에 대해 셀프 프로모션이라고 본 것이죠.
A. 제가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다 보니 몇 개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극적인 만남과 극적인 결과물이 기억납니다.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낼 때가 가장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보수적일 것이다고 생각하는 공무원과 공공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룰을 파괴하는 사람과 룰을 고수하는 사람의 만남이랄까? 그다지 창조적이지 않고 광고를 잘 하지도 않을 것 같은 단체와 의외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광고를 많이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경찰 부엉이, 국가보훈처 어린이, 소방서 소화기, 선사유적공원 돌도끼 작품, 옥수수 미사일 등이 있었죠.
Q.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나요?
A. 소재는 항상 클라이언트가 제공합니다. 문제 속에 답이 있고 저는 그저 통역자일뿐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런 걸 하고 싶다'라고 구체적인 답을 이미 갖고 있어요. 저는 그걸 듣고 저만의 방식대로 풀어서 통역을 하는 것이죠. 미술 작가처럼 제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남의 것을 저희의 언어로 통역해서 만들어주는 것이죠. 제가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일단 듣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뭔지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에요.
일단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본인 스스로가 모르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 경우는 저희가 알아내야 하는 것이죠. 완전하게 그 사람이 돼 보는 겁니다. 의뢰인한테 받는 경우는 100% 의뢰인 입장에서 그의 욕망과 주장을 들어요.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제가 너무 몰입하면 설득이 되기도 하고 빙의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클라이언트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아서, 제 자의식까지도 바뀌는 경우가 있어요.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그리고 사고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기도 합니다. 너무 연기에 몰입하다가 미치거나 자살하는 연기자도 있으니까요.
Q. 이제석 대표의 광고를 보면 공익광고가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사실 공익과 상업을 나누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 기업도 공익적인 측면이 있고, 공적인 영역에서도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공무원도 있어요. 공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도 제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본인의 영역이 절대적 공익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죠.
다만 광고에 있어서 공익에 대해 최근에 내린 결론은 공익광고가 다루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에 가까운 부분이고, 상업광고는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좀 더 멋지게 잘 살게 해주겠다' 이런 프리미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죠. 상업광고에서는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음식을 통해 더 즐겁게 해줄게. 좀 더 달콤하게 해줄게'라는 식이고 공익광고는 주로 보건, 자살, 기아, 환경 문제 등과 같이 사람이 어떻게 생존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시장의 크기로 따지면 상업광고가 더 크지만 인간의 삶과 관련 지으면 공익광고의 주제가 훨씬 크고 영구적이며 유행도 타지 않죠.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풀어야 될 숙제들이 아직 많으니까요. 공익광고는 잔소리입니다. 잔소리를 듣기 싫지 않게 재밌고 기발하게 들려 주는 겁니다.
제가 만난 사람 중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은 나이가 90이 돼서도 인권이나 환경운동을 하는데 이런 멋진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제가 싫은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게 더 끌리겠죠. 저희 비즈니스가 단순히 물건을 떼다 파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에 영혼을 쏟아 부어 상품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작업자의 마음에 따라 질이 결정됩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남들이 버린 시장이라고 불리는 공익광고 분야에서의 10년을 해오다보니 이 분야에서 저희가 어느새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고, 대형 기획사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만큼 압도적인 인지도와 경쟁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은 아직도 저를 보고 '공익 타령'하는 철없는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수익이 나고, 자산도 어느 정도 구축한 상태입니다.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의 별을 보겠다'는 저의 다짐처럼 현실과 이상, 이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스스로의 목표를 어느새 이뤄가고 있다는 만족을 하며 공익광고의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슬럼프가 많이 올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A. 작업이 안 돼 힘들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작업은 자다가도 할 수 있고 자면서도 할 수 있고, 술 먹고도 할 수 있고 술이 깨자마자 할 수 있습니다. 단 인간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슬럼프는 있었어요. 공익광고는 사람을 다 잘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인간에 대해서 가끔 환멸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 그리고 신뢰가 없으면 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이유로 작업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양심 혹은 영혼이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인간의 본연이 뭘까? 서로 헐뜯고 죽이는 것, 싸우고 빨아먹고 쟁취하는 것? 내가 뭔데 저런 인간한테 조차 주제넘은 동정심을 가질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 사람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굳이 왜'라면서 내밀던 손을 다시 오므릴 때가 있어요. 그런 사람을 클라이언트로 만날 때가 가장 불행하죠.
그래서 저는 인간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인간으로부터 치유받기 위해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요. 반짝거리는 사람, 영혼이 맑은 사람, 세상에는 없을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예술계에도 있고, 시민단체나 NGO, 학교, 병원 같은 곳에도 있어요. 저 역시 언젠가 저런 훌륭한 사람의 반이라도 닮아야겠다는 희망으로 또 힘든 일을 버텨냅니다.
Q. 많은 학생들이 광고 분야에서 일하려면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광고 일을 하는데 대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모 아니면 도인 것 같아요. 최고의 대학을 가던가 아니면 일찌감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중간한 것은 별로 안 좋다고 봐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고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학위·학벌로부터 오는 혜택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한테 학위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어디가서 명함을 내밀고 취직을 잘 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실용적인 내용, 즉 이 사회에서 먹고 사는 데 밑천을 배운 거라고 생각해요.
학벌, 학위 그 자체에 대한 집착보다는 학생은 순수하게 학문의 대한 열정을, 학교는 교육의 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진짜 질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학원이나 기술학교가 있다고 하면 대학 대신 가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실력을 갖추는 게 최우선이고, 그 다음 자기 실력을 여러가지 종이 쪼가리로 증명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것이죠. 진짜 실력이 받쳐주면 사실 학벌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이 중요해요. 좋은 스승과 좋은 커리큘럼을 보는 눈이 있으면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1인자가 될 수 있어요. 1인자가 되면 타이틀은 자동으로 따라오죠. 좋은 선생은 학교에 있을 수도 있고 옆집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매의 눈을 가지고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수험생이 학교를 선택할 때 자신의 수능 점수나 간판만 보고 학교를 선택해요. 그 누구도 그 학교에 어떤 선생이 있는지 그의 평생 연구과제가 무엇인지 어느 분야의 거장인지 찾아 보지 조차 않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선생인데도 말이죠.
이건 질문 외적인 답인데 현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 역시 그 원인과 해법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대학에서 사회의 요구와 변화 그리고 수요·공급의 흐름에 맞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하고, 사람이 '아웃 오브 데이트(시대에 뒤떨어진)'되면 다시 리콜해서 재무장시켜 더 경쟁력 있는 인재로 개발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학교에서 하고 있지 않고 정부에서도 손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으로 땜질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나 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교육 같이 백년지대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공약 중에 제일 초라하고 현실성 없는 게 교육 공약이죠. 국가의 경쟁력은 교육에서 나옵니다. 모든 사회 문제 역시 교육의 문제에서 나오는 것이고요.
현대사회의 대중은 주체적인 가치 판단 능력이 부족합니다. 타인의 판단에 지나치게 귀 기울이죠. 'TV에 나왔냐', '별이 몇 개냐' 그건 수식어입니다. 수식어는 본질이 아닙니다. 사람은 본질을 잘 보지 않고, 간판을 많이 봐요. 그래서 언론사나 광고쟁이들이 호황인거 같습니다.
Q. 광고를 잘하려면 디자인도 잘 해야 하나요?
A. 그런 것은 아니에요. 디자인은 광고의 한 부분인거죠. 예를 들어 뭘 표현해야 한다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조각을 잘하는 사람은 조각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노래로 하는 것이죠. 그런데 시대가 점점 달라져 전통적 광고에서 얘기하는 카피라이팅이나 읽고 이해하는 광고보다 이제 '보고 느끼는 광고'로 가고 있기 때문에 '나한테는 유리한 쪽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난 미래가 기다려진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독특한 아이디어와 사람들이 공감할 아이디어를 어떻게 조절하나요?
A. 저는 시작 자체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해요. 첨단 유행보다 한 몇 십 년씩 고정불변의 인식으로 통념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정직한 작업을 좋아합니다. 라면 광고를 하면 잘 먹어야 하고 진짜 크게 잘 보여야 하고 그래서 70세 노인, 7살 어린이도 우리 광고를 좋아합니다. 또 저희는 저희 광고를 전혀 엉뚱한 타깃들에게 한 번씩 테스트합니다. 다섯 살짜리한테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이게 좋냐 저게 좋냐 물어보기도 해요.
Q. 좋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기 위해서 또는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굉장히 포괄적입니다만 결국 개인의 기량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광고를 만들어나갈 계획인가요?
A. 20대 시절에는 '어떤 학교를 가겠다', '어떤 회사를 가겠다', '어떤 상을 받겠다' 등 굉장히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었어요. 목표 지향적인 태도를 통해 성취했을 때의 만족감. 그런데 그 만족감은 그 순간 뿐이더라고요. 가령 평생의 꿈이 검사였던 사람이 그 꿈을 이뤄서 검사가 됐습니다. 그 이후 그는 무슨 꿈을 꾸고 살까요? 아마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삶의 목표 지점을 작은 '점(point)'이라고 봐요. 그 점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인생의 목표를 '선(line)'으로 길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점이라는 것은 그저 작은 조각들이잖아요. 선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쭉 길게 가는 거고 점은 그냥 막 찍어대는 것 같아요. 점만 찍히다 보면 멋진 그림이 잘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점 저점 방향 없이 쫒아 다니는 인간의 불규칙한 행동 패턴을 보면 먹이를 찾아다니는 파리나 바퀴벌레의 몸짓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먹이감의 냄새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하죠. 방향이 없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부터 바로 먹잇감이 떨어져 있더라도 항로를 변경하지 않는 것이 힘들지만 중요한 거라고 봅니다.
선이라는 것은 한 방향으로 쭉 가는 거예요. 목표 지점은 도착 순간 끝이나는 것이지만, 목표 방향은 끝없이 펼쳐지죠. 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어떠한 점들을 우연히 자연스럽게 만나게 돼 있어요. 그 점을 내가 만나고 싶다고 만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나게 돼요. 내가 상을 받고 싶어서 상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방향대로 가다 보면 받는 거예요.
예를 들어 노벨상을 받았던 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는 게 평생의 꿈이었을까요? 받고 싶어서 받은 게 아니라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했어요. 그렇게 쭉 가다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고 좋은 클라이언트도 만나게 되고 좋은 상도 받는 것일 뿐이죠. '내가 저 점을 가서 따야겠다' 그런 건 별로 흥미가 없어요. 지금은 '그냥 내가 하던 거 쭉 오랫동안 하자. 지치지 말고'라는 생각이고, 지금도 한발 한발 더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저는 한 단어를 갖고 몇 달씩, 몇 년씩 생각하거든요. 최근에는 감사에 대해서 수개월째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란 무엇일까? 요즘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이 좀 없다고 생각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왜 그게 없나 생각해봤더니, 감사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감사한 대상을 힘들고 어렵게 얻어야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거저 주어지거나 쉽게 얻은 것에 대해서 감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물질과 환경, 사람에 대해서 감사하지 않는 이유는 태어나서 눈을 떠보니 다 주위에 있고 그냥 거저 주어진 것들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감사에 대해 알지 못 하고, 함부로 막 버리고 물건 귀한 줄 모르고 막 버리는 거예요. 자연이 공짜고, 공기도 공짜고 시간과 청춘도 공짜인데 우리가 그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없으면 결국 연기처럼 사라져버립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편의성에 대한 거예요. 뭐든지 쉽게 얻는 것이죠. 편리한 게 세상에 마치 모든 진리이고 중요한 가치인 것처럼 이렇게 얘기를 해요. 휴대폰 광고에서 얘기하는 편리한 세상이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편리한 게 최고의 미덕인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부터 세상에 감사하지 않았을까. 우리 스스로 뭔가 경계심을 갖고, 절제하고 자각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사라져버려요. 또 감사해야 될 것에 감사하지 않으면 감사해야 될 대상이 사라져 버려요.
인간은 굉장히 탐욕스럽고 끝도 없이 쾌락을 추구하지만 신이 인간한테 쥐어준 자유이용권 티켓은 한정돼 있어요. 그래서 모든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끼고 감사하고 유용하게 쓰고 이런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분 이번 이제석 대표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10여년 전에 지방대 출신의 루저라고 불리며 한국에서 인정해주지 않았던 한 청년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는데요.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간판쟁이가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간판 문화, 그리고 여러 세상 문제를 다루는 공익 광고와 그 문제 속에 담긴 여러가지 세상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거 같습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작성 및 수정 :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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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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