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법 전문가 릴레이인터뷰] 이병수 변호사 "남북경협은 철저하게 기업 시각으로 접근해야"

2018-08-22 14:28
남북경협 연구…철저하게 기업 운영자 시각에서 접근해야
개성공단 사례 학습해 정치적·경제적 리스크 대비…북한 세계경제 편입이 관건
법조계, '남북경협' 넘어 통일한국에 대비해야

[사진설명=북한 전문가 이병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북한투자를 위해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법률 리스크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로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우 제공]
 

“남북경협(남북경제협력사업)은 철저하게 민간 투자기업과 자본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협에서 실질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남한 기업이다. 이들의 시각에서 법적인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

이병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사진)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경협에 있어 법률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및 남북경협 관련 법제 연구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다보니 그동안 정치적 관점, 공공의 이해관계에 치우쳤던 게 사실”이라며 “투자자들이 법률적 리스크에 기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로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남북 1·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과거 개성공단에 투자했던 국내 사장님들을 면담해보면 북한의 맨파워가 중국, 베트남 등과 비교해 3~5배 정도 뛰어나다는 말을 한다”며 “북한 근로자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문화적 배경과 언어가 한국과 통하며, 근면 성실하기 때문에 기업주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했다. 이어 “남북경협만 잘 되도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제2의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 투자 전문가들은 풍부한 광물자원·양질의 노동력·만주-유라시아로 이어지는 탁월한 입지조건 등을 이유로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최근 북한 경제성장률도 놀라운 속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3.9% 증가했다. 1999년 6.1% 이후 17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북한의 경제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북한 주민의 소득이 높아지면 한국으로서는 ‘제2의 소비시장’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투자 성공신화는 신원·로만손·태성산업 등 실제 국내 기업들의 성공사례로도 입증이 됐다. 초창기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매년 10% 넘게 증가하자 북한에 갔던 국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아반떼 타고 갔다가 벤츠타고 나왔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이 변호사는 “북한 투자는 성공했을 경우에는 보상이 기하급수적이지만 다른 투자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까다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법률적 관점에서 북한 투자에 대한 3가지 리스크를 꼬집었다. △합리적인 분쟁해결수단과 절차가 없다는 점 △계획-집행-회수 등 투자 전 과정에서 법적인 안정성이 없다는 점 △근현대적 의미의 법적 규범력과 관행이 없다는 점 등이다.

이 변호사는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경협 역사에서 좋지 않은 선례지만 반대로 이를 통해 대북투자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경협단지가 정치적인 이유로 폐쇄되더라도 기업이 남북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안전장치들에 대한 고민이 한층 구체화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협력기금법의 조문에서 벗어나 경협보험 제도에 대한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법령 구축이 시급하다”며 “경협보험이나 무역보험공사와 같은 경협보험공사 설립, 더 나아가 국제자본을 통한 재보험 구축 등 투자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제3의 수단이 필요하다”며 고 강조했다. 또 “현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제수단”이라며 “임금·근로시간·해고 등 다양한 분쟁에 대비해 남북상사중재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병수 변호사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화우 본사에서 아주경제신문-아주로앤피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대북 투자의 안정성을 위해서 법 보다 중요한건 북한이 얼마나 빨리 세계경제 질서에 편입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어떤 법으로도 정치적 리스크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보장책은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켜, 스스로 세계시장경제의 일원이 되지 않으면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질 때 남북경협법과 제도가 북한 내에서 규범력을 갖고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법조인들이 남북경협을 넘어 미래의 통일 한국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이 변호사는 “북한이 장기적으로는 개혁개방에 대한 흐름을 거부할 수 없을 텐데 국내외 기업과의 경협이 중요해질수록 북한 사회에서는 경제 체제에 대한 규범,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기술자들이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이럴수록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이 있는 국내 판·검사, 변호사 등의 인력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경제개방을 할 때 일본 정부가 국제규약이나 기업분쟁 등 각종 법률을 정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는데, 그게 베트남에서 일본 기업들한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이 북한에 법률 전문가들을 많이 파견해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법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새로운 시장을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속도로 쇠약해지고 있다”며 “북한과의 경제공동체는 저성장·일자리부족·공급과잉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의미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제로베이스에 있는 북한을 대대적인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양측이 공존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공동의 경제개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